[「대법판결 취소결정」파장]憲裁-大法 「위상문제」불씨

  • 입력 1997년 12월 24일 20시 14분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무시한 헌법재판소의 24일 결정은 그동안 갈등을 빚어오던 대법원과의 위상문제에 대해 헌재가 일방적으로 「헌재 우위」를 선언해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원판결 중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은 판결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결정함에 따라 제한적인 의미이지만 헌재를 대법원의 상위기관으로 스스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법원이 불복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섬에 따라 헌재의 이날 결정이 헌재의 뜻대로 효력을 발휘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대법원은 그동안 헌재가 법률의 위헌여부를 판단하는 것 외에 「한정합헌」「한정위헌」 등 법률해석까지 내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를 근거로 재판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대법원의 입장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지난해 4월 구소득세법에 따라 부과된 양도소득세 관련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양도소득세 산정기준이 한정위헌이라고 밝힌 헌재 결정을 단순한 「견해표명」으로 치부, 기존법률에 따라 판결 해버린 것. 그러나 헌재는 『한정위헌은 위헌결정의 일종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태도는 헌재의 존재 의미를 부인하는 폭거』라며 강력 반발했다. 게다가 당시 대법원 판결로 패소한 이길범(李佶範)씨가 △국세청의 과세처분과 대법원 판결은 헌재 결정을 무시한 것이어서 위헌이며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1항이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내자 두 기관의 싸움은 본격화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결정에 대해 『대법원이 1년반 동안 판례변경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아 이같은 강수(强手)를 두게 된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헌재결정은 법원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헌재의 존재의의를 살린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 사건의 경우 법원 외에 과세관청이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헌재결정에 불복하면 헌재가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행정관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을 낸 이씨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헌재결정을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꼴이 돼 헌재의 위헌결정과 대법원의 불복이 계속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헌재 관계자는 『이 문제는 헌재결정에 대한 국민여론을 대법원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합리적인 방식으로 대법원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조원표·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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