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없는 중국집…밀가루 품귀 『볶음밥 드세요』

  • 입력 1997년 12월 24일 20시 13분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늘이 빵 자장면 등 서민 식품에까지 미치고 있다. 밀가루와 설탕의 원자재 수입가격이 환율폭등에 따라 크게 오르면서 일부 중간상인의 사재기로 심각한 품귀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할인매장 프라이스클럽 매장에는 밀가루와 설탕이 완전히 동났다. 최근 사재기 행태때문에 열흘 전부터 1인당 3㎏짜리 1포대씩만 살 수 있도록 제한하고 가격도 크게 올랐지만 출하량이 감소하고 구매가 폭증하면서 한 포대도 남지 않은 것. 서울 강남구 대치동 H제과점 사장 김모씨(43)는 『웃돈을 줘도 밀가루와 설탕을 예전의 반 정도밖에 구할 수 없다』면서 『빵 생산량을 예전보다 50%정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빵집 체인점업체인 J베이커리도 최근 밀가루 공급이 크게 줄면서 하루 빵 생산량을 20∼30% 축소했고 곰보빵 팥빵 식빵 등 가장 대중적인 품목의 가격을 1백∼2백원 인상했다. 중국음식점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K중국점 주인 이모씨(45·여)는 『매일 아침 딱 하루분의 밀가루만 「배분」받아 간신히 장사하고 있다』며 『열흘 전 20㎏들이 한 포대에 9천8백원이던 것이 지금은 1만4천8백원으로 폭등했다』며 한숨지었다. 대부분의 중국음식점은 현재의 자장면 값인 2천5백원으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지만 구청에서 가격인상을 억제하고 있고 불경기로 손님이 더 줄어들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장면을 아예 메뉴에서 빼버리거나 백반류 요리를 주문하도록 권하는 업소도 있다. 제일제당은 11, 12월 들어 예전보다 40% 가량 늘어난 하루평균 1천2백여t을 생산하고 있다. 대한제분도 모든 시설을 총가동해 1천7백여t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수입자재 가격의 인상으로 예전보다 공장도가가 40%정도 올랐지만 시중에서는 중간상인의 사재기로 80∼100% 오른 값으로 거래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시중 음식점 중에는 밀가루와 설탕 값이 떨어질 때까지 가게 문을 닫고 휴업하거나 아예 전업이나 폐업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부형권·박정훈·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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