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모으기 열기 확산]『내가 낸 1달러 외화난 해결』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비행기를 타기 직전 해외신혼여행을 취소한 신혼부부, 20개국의 동전을 들고 나온 주부 등. 최근 외화난을 해소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자는 열기가 일반국민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은행들도 깜작 놀랄 만큼 많은 외화가 모아지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16일까지 25일간 43만3천여명으로부터 2억3천3백97만달러의 외화를 유치했으며 국민 상업 한일 등 다른 은행들도 수백만달러씩을 유치했다. 외환은행 창구 이야기를 들어본다. ▼해외여행 취소〓신혼부부 한쌍이 어느날 김포공항 국제선 환전창구에서 3천달러를 환전했다. 갑자기 신랑이 해외여행을 취소하자고 제안, 신부와 한동안 말다툼을 벌인 끝에 달러를 모두 외화예금에 들어두고 신혼여행 목적지를 국내로 변경했다. 전남 나주의 한 할아버지는 자녀들이 고희(古稀)기념 해외여행을 보내주기 위해 모아온 5백달러를 외화예금에 들었다. 서울 한남동에 사는 60대 할아버지는 미국에 유학중인 손자를 방문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4백달러를 은행에서 환전한 뒤 『손자방문은 국제전화로 대신하겠다』고 말하기도. ▼해외에서 송금〓브라질로 이민, 고생끝에 자수성가를 했다는 김모씨(50)는 『조국의 외화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며 20만달러를 외환은행에 예치했다. 또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김모씨(21) 등 3명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각각 5백달러씩을 모은 뒤 부모에게 이를 송금, 외화예금에 들도록 했다. ▼쏟아지는 외화 동전〓외화모으기 운동이 초등학교나 일반회사 등으로 확산하면서 세계 각국 동전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은행들이 적잖은 곤욕.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에서는 동전으로만 약 2천달러가 모금돼 이를 세느라 은행직원 두 명이 사흘을 매달렸다. 일부 은행은 이런 이유 등으로 동전을 아예 받지 않아 고객과 실랑이를 빚기도 했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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