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교수 간첩사건/연락거점 실태]驛 물품보관함 이용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4분


이번에 적발된 부부간첩을 조사한 결과 북한은 무력도발 민중봉기 등 유사시를 대비해 남한 곳곳에 수많은 「드보크(Dubok)」를 설치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어인 드보크는 「작은 참나무」란 뜻으로 참나무 주변에 은닉장비를 숨겨온 데서 유래된 것. 간첩들은 드보크에 무기 장비 공작금 수집정보 등을 숨겨놓고 필요할 때 다시 찾아가거나 지령을 통해 다른 간첩이 발굴하도록 하고 있어 「무인 포스트」 「무인함」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북한은 해안 취약지역을 보급로로 이용해 해안 내륙 도심주변에 드보크를 설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버스터미널 지하철역의 물품보관함까지 간이 드보크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기부 조사결과 부부간첩은 △경주시 하동 민속공예촌 야산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 △서울 봉천8동 장군봉 체육공원 바위밑 △서울대입구 등산로 바위밑 △관악산 등산로 바위밑 등 6곳에 드보크를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정간첩 심정웅(沈政雄)은 강화도 마니산인근 묘소 비석과 관악산 중턱 등 2곳에 드보크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95년 부여 침투간첩 김동식 사건에서 7곳, 남한노동당사건에서 8곳의 드보크가 드러나 공안당국에서는 전국에 수많은 드보크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부간첩은 드보크에 △권총 2정 △소음기 2개 △실탄 1백20발 △무전기 2대 △독총 4정 △주민등록 등초본 등 17점을 묻고 사진촬영까지 해둔 것으로 확인됐다. 은색 파카 만년필 형태의 독총은 95년 북한 노동당 산하 작전부가 개발한 것으로 내부에 뇌관과 화약 및 「브롬화 네오스티그민」이란 독극물이 든 탄알이 장착돼 있다. 뚜껑을 한두 차례 돌려 세게 밀면 독약 탄알이 발사되게 특별 제작된 것으로 실제 발사실험에서 탄알은 3m가량 떨어진 7㎜두께의 나무판자를 관통했다. 볼펜형의 독침은 볼펜 끝을 몸에 대고 누르면 「메틸황산 네오스티그민」이 주입돼 사람이 즉사하게 된다. 〈하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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