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수임」비리]「유능」브로커 억대 스카우트

  • 입력 1997년 11월 18일 20시 13분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함정호·咸正鎬)가 최근 변호사비리에 대한 대검찰청의 자체 정화 촉구에 따라 형사사건 수임을 많이 한 변호사를 자체조사(본보 18일자 47면 보도)하는 등 법조비리 척결에 나선 것은 법조비리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현재 검찰과 재야 법조계에서 문제삼고 있는 법조비리의 핵심은 사건수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브로커와 변호사의 검은 거래. 검은 거래의 실태는 검찰이 4일 일선 지검과 지청에 내려보낸 「법조브로커 실태 및 대책」이라는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검찰은 이 자료에서 『일부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전문 브로커를 고용해 매월 수십건씩 사건을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전문 브로커에게는 통상 수임료의 20∼40%가 소개비로 지급되고 있지만 경쟁이 심한 일부 지방에서는 소개비가 50%까지 치솟고 있다. 「유능한」 브로커는 억대의 몸값을 받고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앞에서는 A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브로커를 B변호사가 1억원에 스카우트하는 바람에 거리에서 멱살잡이를 한 일도 있다고 한 변호사는 전했다. 지난달 의정부지청에서 수사도중 해외로 도피한 이순호(李順浩)변호사는 브로커들에게 경찰과 검찰 법원별로 「출입처」를 배정해 사건유치를 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전문 브로커가 아닌 법원 검찰 경찰 교도소 직원들도 20∼30%의 소개료를 받고 사건을 보내준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법조비리의 1차 피해자는 같은 변호사들이다. 변협의 한 간부는 『법조인 스스로 법을 어겨가면서 영업한다는데 대해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브로커에게 건네지는 소개료가 전액 사건의뢰인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도 피해자다. 변호사 없이도 해결되는 이른바 「자연 뽕」사건에서 브로커들의 농간으로 변호사가 선임돼 수백만원씩 날리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들의 자정노력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수도권의 C지방변호사회에서는 최근 변호사들끼리 소개료를 주지 않기로 결의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를 안 브로커들이 『C지방변호사들은 판검사와 사이가 안좋아 사건해결이 안된다』며 인근 지방의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넘겨주는 바람에 변호사들 스스로 자정을 포기한 일도 있다. 검찰은 『법조비리는 일부 변호사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변호사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업계 스스로 정화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일제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변호사업계에 대한 사정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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