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회식문화」가 바뀐다…맥주 한두잔으로 『1차끝』

  • 입력 1997년 10월 11일 19시 59분


10일 저녁 서울 을지로의 한 음식점. S기업 총무부 직원들의 월례 회식모임이 열렸다. 맥주 한두잔씩을 곁들여 가볍게 식사를 마친 것이 8시반경. 식당을 나서 「2차」를 간다며 이들이 간 곳은 뜻밖에도 볼링장.

지난 봄까지만 해도 이들의 2차장소는 부장의 뜻에 따라 으레 단란주점이나 소주집이었다. 그러나 『회식문화에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젊은 직원들의 주장이 높아지면서 이렇게 바뀐 것.

처음엔 영 내키지 않아 하던 40대 부장도 지금은 「간단한 식사에 이은 볼링 한게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직장 회식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우선 회식 횟수가 줄어든데다 2차, 3차 식의 「술집 순례」나 「폭탄주 세례」 대신 「적당히 마시고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장소도 고기집에서 볼링장과 신세대풍 재즈바로 다양해지는 양상. 신세대 직장인들은 「분위기 있는 식사와 공연관람」을 최고의 모임으로 치기도 한다.

삼성물산 직원들은 한달에 한번씩 하던 회식을 올해부터는 분기별로 한번씩만 갖고 있다. 단골 회식장소도 고기집에서 회사앞 호프하우스로 바뀌었다. 「한시간 동안 생맥주 딱 1천㏄」만 마시는 식이다.

때로는 낮에 레스토랑에서 「노(No) 알코올」로 식사만 하는 것으로 끝내기도 한다.

삼성물산 직원들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 무렵 롯데 조선 등 시내 호텔의 레스토랑에는 이처럼 「약식 회식」을 갖는 직장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경영진이 「회식문화 개혁」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 LG전자 구자홍(具滋洪)사장은 최근 월례모임에서 『이제 회식문화가 바뀔 때가 됐다』며 『앞으로 젊은 신세대의 신선한 아이디어 중심의 회식문화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선제공격」을 했다.

신구세대간 따로따로 회식도 드물지 않다. 지난주 월례 회식을 한 D증권 모 지점 직원들은 간단한 식사후 두갈래로 나뉘었다.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층은 나이트 클럽으로, 고참 대리 이상은 단란주점으로 따로따로 2차를 갔다.

이 증권사의 김영수(金榮洙·34)대리는 『개인주의 문화에 젖은 신입사원들은 「약 먹는다」는 핑계로 상사들이 권하는 술을 거부하고 취한 선배들을 집에 데려다 주던 「미풍양속」도 사라졌다』며 못마땅해 했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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