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국내공항안전]울산등 4곳 레이더도 없어

  • 입력 1997년 8월 8일 19시 46분


국내 공항들이 항공기의 안전 이착륙을 유도하는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대형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심지어 레이더조차 갖추지 않아 조종사들이 감각에 의존해 이착륙해야 하는 공항도 있다. 항공사들이 끊임없이 항공보안시설의 증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예산 등을 이유로 내세워 미루고 있다. 최신 민항기는 첨단 안전장치를 갖춰 조종사들이 계기비행에 의존하는 추세여서 계기착륙유도장치(ILS) 등 보안시설미비는 대형참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15개 공항 중 울산 여수 속초 목포공항은 항공기의 고도 속도 위치를 파악하고 항공기를 유도하는데 필요한 레이더마저 갖추지 않고 있다. 지난 93년 아시아나기 사고도 목포공항에 레이더가 있었으면 발생가능성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때문에 이들 공항은 기상이 조금만 악화돼도 결항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95년 결항률은 울산 20.9%, 속초 18.6%, 목포 13.7%, 여수 6.7%로 레이더를 갖춘 다른 공항에 비해 최고 20배이상 높았다. 조종사들은 93년 조사에서 장비보완이 시급한 4대 공항으로 38.5%가 김해공항을, 11%가 김포 속초공항을, 10%가 포항공항을 꼽았다. 이들은 김해공항의 경우 동쪽으로 진입할 때 항공기의 기수를 활주로 중심에 맞춰주는 시설이, 김포공항은 전방향표시시설의 오차조절이, 속초공항은 인근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ILS가 필요하며 포항공항은 산을 넘은 뒤 고도 속도를 급격히 낮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또 김포 김해 제주 대구공항만이 민간전용 ILS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첨단 항공기가 그 기능을 활용할 수 없는 구식 공항에 이착륙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공항은 지형상 보안시설 설치가 힘들다』면서 『수요가 적은 공항에 막대한 시설 예산을 요구하면 재정경제원에서 거절당하기 일쑤』라고 밝혔다. 〈하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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