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화가 두딸,「원로작가전」찾아와 恨맺힌 「작품상봉」

  • 입력 1997년 7월 24일 20시 34분


『아버지…』 아버지의 그림을 보는 딸은 목이 메었다. 24일 오전 「북한 원로작가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동아일보 광화문사옥 일민미술관. 조선미술가 동맹 중앙위원, 송화미술원 고문으로 재직중인 북한의 공훈 예술가 黃榮俊(황영준·78)씨의 장녀 黃貞淑(황정숙·51·사업)씨는 대전에서 이날 새벽 상경했다. 아버지 작품을 보기 위해서다. 30년대 以堂 金殷鎬(이당 김은호)화백에게 그림공부를 한 황화백은 한국전쟁직전 북으로 넘어갔다. 그는 점묘법을 이용한 독특한 작풍으로 65년 金日成(김일성)으로부터 치하교시를 듣기도 했다. 『전쟁중 돌아가신 줄 알고 해마다 아버지 제사를 지냈습니다. 날짜를 몰라 아버지 생신인 9월9일을 기일로 삼았지요』 황씨가 아버지의 생존을 알게 된 것은 지난 91년 평양에서 열린 국제 의원 연맹(IPU)총회 때. 북한이 자랑하는 황화백의 작품과 개인약력을 TV를 통해 보고 나서였다.그후 황씨는 아버지와 연락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어려웠다. 그러던 중 이번에 아버지 작품의 서울전시회소식을 들었다. 『6.25직전 아버지 친구분으로부터 아버지는 북으로 가셨으니 기다리지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황씨의 가족은 참혹한 세월을 보냈다. 어머니는 재가했고 仁鎬(인호·59·캐나다 거주) 仁泰(인태·작고) 明淑(명숙·50·초등학교교사)씨등 4남매도 뿔뿔이 헤어졌다. 『한때는 월북자 가족이라 죄인 처럼 숨어 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그림이 두려워 모두 고물상에 팔아넘기기도 했어요』 이날 일민미술관엔 황화백의 막내딸 明淑(명숙)씨와 여동생 月用(월용·75)씨도 찾아왔다. 고모와 조카는 얼싸안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들은 전시회를 주관한 대북사업가 崔元大(최원대·33·해동문화예술기획사장)씨에게 이것 저것을 물었다. 최씨는 『황화백은 건강하며 재가해서 자녀 셋을 두었다』고 답했다. 황화백의 두딸은 『아버지가 밉기도 했지만 지금은 너무 보고싶다』며 울먹였다. 한편 북한 원로작가 17명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일민미술관에는 李根華(이근화·76) 林鴻恩(임홍은·83)화백이 자신들의 친척인듯 하다며 이를 확인하는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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