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에 뺏긴 재산 어떻게 되찾나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24일 대법원이 80년 당시 신군부의 재산환수조치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며 취소판결을 내림으로써 신군부의 불법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재판을 다시 받게 해달라는 재심청구소송의 일종인 「준재심(準再審)」청구소송이기 때문에 피해당사자들이 재산을 곧바로 되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확정된 판결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심청구소송에서 「원래 재판에 문제가 있어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는 재심사유를 인정받은 뒤 본안재판을 다시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준재심청구소송 역시 승소후 재산반환을 직접 요구하는 본안소송에서 이겨야 재산을 되찾을 수 있다. 金振晩(김진만)전국회부의장 가족의 경우 현재 2심재판이 진행중인 본안소송에서도 이겨야 부동산을 찾게 된다. 이처럼 재산을 돌려받는 절차가 복잡해진 것은 신군부가 불법적인 「재산환수조치」를 외견상 합법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제소전 화해」를 이용했기 때문. 피해자들에 따르면 당시 계엄사는 자신들을 합수부로 연행한 뒤 『재산을 내놓으면 봐주겠다』고 협박해 기부동의서를 제출받고 일방적으로 변호사를 선정, 재산을 헌납한다는 제소전 화해조서를 작성토록했다. 제소전 화해가 확정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점을 이용해 사실상 강제로 재산을 빼앗고도 자진해서 헌납한 형식을 취한 것. 그러나 대법원은 당시의 제소전 화해가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판정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이 준재심청구를 내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80년 당시 재산을 강제헌납당하고 준재심청구소송을 낸 사람은 김전부의장 외에 야당정치인 朴永祿(박영록)씨가 있다. 박씨는 95년 1, 2심에서 승소한 뒤 현재 대법원에 재판이 계류중이다. 또 金鍾泌(김종필)자민련총재도 충남 서산군 일대 8만3천여평의 목장부지의 명의자인 강모씨를 통해 소송을 내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밖의 다른 피해자들은 이번 사건과 박씨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소송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80년 당시 재산을 빼앗긴 30여명의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본안소송에서 이들이 승소해 재산을 되돌려 받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본안소송에서 국가는 당시의 재산환수가 어쨌든 자진헌납의 형식으로 이뤄졌고 소송을 낼 수 있는 시효(장기 10년)가 지났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대부분의 부동산들이 민간인들에게 불하돼 주인이 바뀌었다는 점도 재산회복에 장애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金正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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