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씨 상고포기 배경]「조기사면」겨냥 정치술수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이 상고를 포기하기로 결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1심 선고 직후 전, 노씨가 항소를 포기한다는 설이 나돌았을 때는 핵심관련자들의 「도미노식 항소포기」는 물론 검찰이 과연 단독으로 항소할지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는 등 파장이 우려됐었다. 특히 당시에는 전,노씨의 항소포기에 이어 검찰까지 항소하지 않으면 사형을 선고받은 전씨의 형이 바로 확정돼 이들에 대한 동정론이 일면서 사면논의를 앞당기는 등의 파장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먼저 전씨는 1심 선고 직후에도 재판결과에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나 하나 희생하는 것으로 끝냈으면 좋겠다』며 항소포기를 고집했다. 당시 변호인단은 『사형만 아니면 항소를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2심까지는 밀고 나가야 한다』는 논리로 설득, 항소포기 의사를 철회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씨 변호인단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全尙錫(전상석)변호사 등은 「상고 강행」쪽으로, 石鎭康(석진강) 鄭柱敎(정주교)변호사 등은 「상고 포기」쪽으로 의견을 냈다는 것. 항소심에서 무기로 감형됐기 때문에 굳이 상고해 대법원에서 법률오인 등에 대해 다투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우세했다. 전씨 변호인단은 1심 선고 직후와 마찬가지로 상고 포기쪽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전씨를 23일 한번 더 접견, 전씨의 의사를 최종 확인한 뒤 결국 상고 포기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같은 결정에는 대법원에 상고해봐야 형량이 크게 낮아지거나 결론이 달라지지도 않을 터인데 굳이 상고해 구차하게 보일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전,노씨 변호인들은 항소심 재판부가 내란행위의 종료시점을 6.29선언까지로 해석, 5공 정부를 완전히 부인한 것 등에 대해서는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씨는 『전씨측이 상고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전해듣고 행동을 통일하는 것이 모양이 좋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측근들에게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변호인단을 통해 전씨측의 상고포기를 확인한 뒤 「친구따라 강남가듯」 상고를 포기하는 과정을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수뇌부는 전,노씨의 상고포기설이 흘러나온 23일 오전 대응방안을 놓고 한때 고심했다. 그러나 검찰이 상고하지 않을 경우 전,노씨 조기사면설 등의 「정치적 구설」에 휘말릴 수 있고 내란목적살인 실명제 부분 등 법리상 다퉈봐야 할 부분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상고키로 결심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崔英勳·徐廷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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