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총각의 북한이야기]겨울스포츠 연-팽이-썰매 인기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19분


요즘 주말이면 전국 각지의 스키장이 발디딜 틈도 없어진다. 겨울이 긴 북한에도 여러가지 겨울스포츠가 있다. 청소년들은 연띄우기를 즐긴다. 수수의 줄기껍질을 벗겨 그위에 종이를 발라 정성스레 만든 연을 누가 더 멀리, 더 높이 띄우는가 내기를 한다. 얼음판 위에서 하는 팽이치기도 빼놓을 수 없는 겨울스포츠다. 어린이들은 집에서 나무를 깎아 베어링을 박아 만든 팽이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짬만 나면 팽이를 쳐대곤 했다. 어린이들은 썰매타기도 많이 했지만 나이가 좀들어 열살정도만 되면 시시하다고 팽개쳐 버리고 외발기를 탔다. 외발기는 날이 하나밖에 없는 썰매였다. 외날 위의 판자에 두발을 올려놓고 못이 박힌 두개의 지팡이로 균형을 잡으면서 달릴 수 있었다. 날이 두개인 썰매보다 속도가 빠르고 회전이 빨라 청소년들이 즐겨탔다. 학교에서 외발기를 타고 경주를 하거나 하키를 할 정도로 외발기는 북한청소년들이 가장 즐겨하는 겨울스포츠였다. 스케이트도 즐겨 탔지만 구입하기가 쉽지 않아 누구나 탈 수는 없었다. 외발기 썰매 스케이트는 강이나 연못, 물이 고인 논밭의 얼음위에서 많이 탔다. 스키도 대중스포츠가 아니고 전문선수들만 하는 운동이었다. 일반인의 스키구입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삼지연에는 내려오는 데만 반나절이 걸린다는 장거리 스키장이 있다지만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래서 일반주민들은 눈이 많이 오면 스키 대신 눈썰매를 탔다. 눈썰매는 두개의 팔뚝만한 나뭇가지 위에 판자를 못으로 박아 만든 것이었다. 눈썰매장이라고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 없어 길도 없는 산위에서 무작정 타고 내려오곤 했다. 나도 산위에서 눈썰매를 타고 나무들을 요리조리 피해 내려오다 나무기둥에 부딪혀 머리에 「감자알」이 몇개씩 생길 때가 많았다. 친구들 가운데는 허리나 다리가 부러진 경우도 있었다. 그밖에도 눈이 많이 오면 꿩이나 산토끼를 잡으러 산속으로 올라가곤 했다. 꿩을 발견하고 꽝총을 쏘면 놀란 꿩은 달아나다가 눈속에 머리만 틀어박고 버둥거렸다. 그런 토끼를 쉽게 잡아올 수 있었다. 산토끼는 여러사람이 몰아 깊은 눈 때문에 잘뛰지 못하게 되면 덮쳐서 잡곤 했다. 북한의 겨울은 매서운 추위 때문에 고생스러웠지만 나름대로 추억거리가 많았다. 全 哲 宇(한양대졸업·89년 동베를린에서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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