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교육실천 시민포럼]『예술교육 「기능위주」벗어나자』

  • 입력 1996년 12월 8일 19시 56분


<「경쟁교육에서 인간교육으로」라는 주제아래 인간교육실천 연중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동아일보와 「교육개혁과 교육자치를 위한 시민회의」(교육민회)는 제17차 시민포럼을 9일 오후2시 서울 동숭동 흥사단 대강당에서 개최한다. 「풍류정신 되살리는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서는 국내 문화예술교육의 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하고 바람직한 개선방향을 함께 제시한다. 기조발제문과 발제문을 미리 요약해 소개한다.> 「기조발제=강준혁(문화기획가)정리〓宋相根기자」 우리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동시에 우리의 희망은 교육 뿐이라는 얘기도 있다. 앞에서 말한 교육은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처럼 자율적이지 못하고 억지로 지식과 정보를 꾸겨 넣으려 한다거나 입시제도때문에 고등학교 때만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에서는 오히려 게을러진다는 비난이다. 후자의 교육은 나를 발전시키고 주변 사람과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다. 성과 이름, 성장환경이 다른 사람들을 교육을 통해 같은 가치관을 갖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갈등과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 문제점이 많은 교육을 들춰 봐야 한다. 그러나 거기서 끝난다면 대안이 없는 현실비판, 또 하나의 탁상공론에 머무르기 쉽다. 따라서 논의의 많은 부분은 바람직한 교육을 생각하는데 모아져야 할 것이다. 예술 교육도 마찬가지다. 아니 예술교육은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술은 문화의 핵으로서 공익성과 공유성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작 많은 학부모는 허영에 가득한 마음으로 소위 「예술의 세계」로 자녀의 등을 떼밀고 있다. 정부와 사회 역시 문화와 예술을 멋진 상품으로만 취급할 뿐 공익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거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국민이 공유해야 하는 순수 학문일수록 정부의 지원은 빈약하고 국민정신과 관련된 분야는 외면당하고 있다. 대신 손끝에 붙는 기술분야에는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의 예술교육 이념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교육이념이 지금보다 건전하던 시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민족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가무에 능하고 이를 즐겼다고 옛문헌은 기록하고 있다. 그 이후에도 풍류의 멋을 존중하는 전통이 있어 왔다. 음악과 춤을 단순히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학문이나 무예와 더불어 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간주했다. 풍류를 인격완성의 한 요소로 생각했던 것이다. 유학이 사회의 모든 정신구조를 장악한 뒤부터 예악(禮樂)은 인간의 심성을 다스리는 도구, 즉 교육의 중요한 요소로 대우받았다. 서양은 인간의 에너지를 부문별로 발달시키려고 노력했다. 신체에너지를 위해 체육을 생각해 내고, 지적인 에너지와 영적인 에너지를 키우기 위해 학교와 교회를 세웠다. 감성에너지는 예술을 장려하고 예술가를 존중하면서 발달시켰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자본주의 영향을 받아 애석하게도 예술마저 상품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구미(歐美)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인 우리의 예술은 심성을 기르기는 커녕 순수한 감성에너지를 발달시키는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예술이 상품으로 전락하고 이를 제조하는 기능인으로서의 예술가를 키워온 것이다. 예술을 비롯한 각 분야의 문제점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회부조리나 비리, 대형사고와 사건 뒤에는 항상 공익성을 망각하거나 순도(純度)낮은 정신이 자리잡고 있듯 부실한 예술교육의 원인도 같은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문화인이라 볼 수 없는 예술가, 공익성을 상실한 예술교육, 인간정신의 순수함을 높이는 데 게으른 교육이념이 자리잡고 있다. 순도높은 예술가를 키워내려는 정신만이 기술전수 위주의 주입식 예술교육에서 벗어나 무한한 창조의 세계로 트인 교육을 가능케 할 수 있다. 한 해에도 수만 명의 예비 예술가가 학교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현재 우리의 예술교육 제도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예술가를 양적으로 공급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예술가로서의 자질을 따지지 않고 예술가와 예술 교육가를 분리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교육체계는 문제가 있다. 예술 자체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보다 이를 직업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더 많은데도 실제 현실에서는 오히려 예술교육의 비중이 낮은 까닭은 또 무엇인가. 이제 우리의 교육제도가 21세기에도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왔다. 전인교육의 측면에서 현 제도를 크게 개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교육제도와 교육이념을 개혁하려 한다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검토해야 할 것이다. 예술을 자기완성의 요소로 생각했던 옛 선현들의 풍류와 예악의 정신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 아닌가라는 자기반성에서부터 개혁은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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