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포들『물질보다 「정신문화」중시』사회주의고용 익숙

  • 입력 1996년 11월 29일 20시 54분


필자는 연전에 독립운동사 관련자료를 찾기 위해 두 해에 걸쳐 연변지방에 장기체류하며 조선족들과 함께 지낼 기회가 있었다. 그들과 생활하면서 한국인과 조선족의 인식 차이를 겪으면서 그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조선족들이 지닌 특징 가운데 하나가 그들이 지닌 역사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다. 그들은 대부분 조선조 말에서 일제시대에 걸쳐 이주해 간 이민들의 후손들로 대개 독립투사의 후손들이다. 그래서 스스로 역사의 적자(嫡子)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같은 인식을 갖고 있는 조선족 교포가 한국에 와서 차별을 당하고 또 임금을 떼이고 산업재해를 겪고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못할 때 그들이 어떤 느낌을 가질 것인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은 조국으로부터 철저히 배신당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들은 또 오랫동안 사회주의식 완전고용문화와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면을 중시하는 문화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죽기살기로 일하는 한국의 풍토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그들은 한국사람들 만큼 일을 빨리 할 수 없다. 그들은 이를 「절주(節奏)의 차이」라고 말한다. 「절주」란 한어에서 나온 말로 「속도」 또는 「리듬」이라는 의미. 한국인과 결혼한 대학졸업학력의 한 교포여성이 연변에 돌아와 『정말 죽을 힘을 다해도 한국직원들의 업무솜씨를 따라갈 수가 없다. 일솜씨가 느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속이 상해 화장실에서 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실토했을 정도. 이런 사람들에게 한국사람과 같은 속도를 요구하다보니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들은 한국에서 공장생활을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해내지못할 극한상황의 노동」으로 받아 들이게 된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배분의 평등에 익숙해져 있는 그들은 임금차별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길들여져 왔다. 이같은 차이가 우리의 노동현장에서 그들이 쉽게 절망에 빠지고 「페스카마호의 비극」처럼 뇌관이 노출된 폭발물처럼 참극이 벌어질 소지가 생기게 된다. 공산국가 출신의 동포들과 우리들 사이에 놓여 있는 이런 기본적인 차이점을 우리가 이해하고 그들을 동포로서 보다 따뜻한 눈으로 보아줄 필요가 있다. 송 우 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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