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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속하려 할수록 버림받는 운명… 핏빛 낙조처럼

    세상에 속하려 할수록 버림받는 운명… 핏빛 낙조처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순응자’(1970년)에서 주인공 마르첼로가 정상인이 되기 위해 권력에 순응하여 정치적 암살에 협력했다면, 조선 후기 목호룡은 자신의 신분적 결함을 메우고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정치적 음모에 가담했다. 목호룡이 1722년 노론이 경종을 시해하려 한 역…

    •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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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을 기다릴 것인가, 삶의 끝을 장식할건가

    죽음을 기다릴 것인가, 삶의 끝을 장식할건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룸 넥스트 도어’(2024년)에서 암으로 죽어가는 마사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죽은 사람들(The Dead)’을 떠올린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죽음 앞에서 많이 떠올린 시는 도연명의 자만시(自挽詩·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였다(칼럼 29회 ‘나의 첫 번째…

    •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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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먹이 펜이 되고 눈물이 먹물이 되어 연꽃 위에 詩를 새기다

    주먹이 펜이 되고 눈물이 먹물이 되어 연꽃 위에 詩를 새기다

    우디 앨런 감독의 ‘브로드웨이를 쏴라’(1994년)에는 난폭한 마피아 조직원이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희곡 작가로서 천부적 재질을 보여주는 치치가 나온다. 젊은 시절 무뢰한이었던 김만최(金萬最·1660∼1735)도 시에 특출한 재능을 발휘하였는데 다음 시도 그중 하나다.의원 집안 출신의 …

    •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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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끊어진 絃 위에서 들려온 시의 숨결… 천 번의 어둠 끝에서 길어 올린 生의 울림

    끊어진 絃 위에서 들려온 시의 숨결… 천 번의 어둠 끝에서 길어 올린 生의 울림

    천카이거 감독의 ‘현 위의 인생’(1991년)에서 시각장애인 제자는 역시 눈이 보이지 않는 스승에게 별들은 어떤 모양이냐고 묻는다. 스승은 자신도 본 적이 없기에 하늘에 있는 폭포 같다고 했다가 돌 같기도 하다고 대답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어렵건만 다섯 살 때 눈이 먼 …

    •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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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지 않는 것이 보는 것보다 밝을 때, 시인은 눈 감을 수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보는 것보다 밝을 때, 시인은 눈 감을 수밖에

    평생 눈병으로 고생한 고려 시인 이규보(1168∼1241)는 눈병에 대한 시를 여러 수 남겼다(‘又傷目病’ 등). 하지만 정작 눈병에 대해 인상적인 시를 남긴 건 이규보와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나누었던 오세재(吳世才·1133∼?)였다.오세재는 이 무렵 여러 차례 과거에 낙방했다(‘破…

    •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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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 집에 살어리랏다

    고향 집에 살어리랏다

    박제범 감독의 ‘집 이야기’(2019년)에서 혼자 서울살이 하는 주인공 은서는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몇 번째 집이냐는 부동산 중개사의 질문에 은서는 여섯 번째인가 일곱 번째 이사라고 답한다. 정주(定住)가 쉽지 않은 현대인들처럼 옛사람들도 안정된 집을 찾아 이사를…

    •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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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가오는 종말… 자유를 외친 ‘나비의 혀’

    다가오는 종말… 자유를 외친 ‘나비의 혀’

    한시의 이미지는 단순한 실재의 반영에 그치지 않고 시인의 미래를 암시하는 징조로 해석되기도 한다. 조선시대 남용익(南龍翼·1628∼1692)의 시에 나오는 나비도 그런 예 중 하나다.시는 알에서 태어난 누에가 애벌레가 되어 자란 뒤 고치를 지어 나비(실제론 나방)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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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잃은 손자 앞에 자식 잃은 아픔을 감추고

    아빠 잃은 손자 앞에 자식 잃은 아픔을 감추고

    자식의 죽음을 다룬 영화 중에 문희융 감독의 ‘늙은 자전거’(2015년)는 죽은 아들이 남긴 손자와의 관계를 중심에 놓고 그 슬픔을 풀어간다. 조선시대 홍양호(洪良浩·1724∼1802)가 세상 떠난 아들을 애도하며 쓴 연작시에서 어린 손자에 대해 읊은 내용을 연상시킨다.시인은 수려한 …

    •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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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속 돋은 이불로 누운 아들을 덮는다… 이제 잠들 시간이야

    가슴속 돋은 이불로 누운 아들을 덮는다… 이제 잠들 시간이야

    네메시 라슬로 감독의 영화 ‘사울의 아들’(2015년)은 극한 상황 속에서 유대교 율법대로 아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여운을 남긴다. 영화를 보며 당나라 우곡(于鵠)이 어린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쓴 시가 떠올랐다.시는 늦게 얻은 아들의 죽음과 장례 정경을 별다…

    • 202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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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의 자식 사랑… “나처럼 살지 말고 더 나은 사람 되거라”

    부모의 자식 사랑… “나처럼 살지 말고 더 나은 사람 되거라”

    사랑하는 자식을 자랑하고픈 부모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자식 자랑은 남의 집 아이와 은근히 견주며 시작된다. 당나라 이상은(李商隱)의 시도 그렇게 아들 자랑을 시작했다.시인이 어린 아들을 두고 읊은 장편시다. 제목은 옛날 좌사(左思)가 자신의 두 딸을 자…

    •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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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생에 여자였던 남자의 뜨거운 눈물

    전생에 여자였던 남자의 뜨거운 눈물

    샐리 포터 감독의 ‘올랜도’(1992년)에선 남성으로 태어난 귀족 올랜도가 어느 날 여성이 되어 400여 년간 늙지 않고 살아가는 내용이 나온다. 유달리 수줍음 많던 조선의 시인 최성대(崔成大·1691∼1762)도 자신이 여성이었다고 노래한 적이 있다.시인이 한양 남산 앞 밭 부근의 …

    • 20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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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닥터 지바고’처럼 가슴 저린 ‘새드엔딩’… “연희야 어쩌면 좋으냐”

    영화 ‘닥터 지바고’처럼 가슴 저린 ‘새드엔딩’… “연희야 어쩌면 좋으냐”

    끝없이 펼쳐진 설원을 배경으로 영화음악 ‘라라의 테마’가 잔영처럼 남는 ‘닥터 지바고’(1965년)에서 지바고는 격변의 시대에 라라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도 라라를 잊지 못한다. 조선 후기 김려(金鑢·1766∼1821)도 눈이 많이 내리던 북방의 유배지 부령(富寧)에서 만난 연희(…

    •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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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브레터, 이율곡… 두 여인의 못다 핀 사랑

    러브레터, 이율곡… 두 여인의 못다 핀 사랑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하는 여성의 사연을 다룬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 레터’(1995년)에선 이츠키라는 이름을 가진 두 남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시대 신흠(申欽·1566∼1628)의 다음 시에서도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유지(柳枝)라는 이름을 가진 두 여인의 이뤄지지 못한 사랑이 …

    • 202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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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필도, 대언도… 결국 나를 고백하는 것

    대필도, 대언도… 결국 나를 고백하는 것

    한시에선 일찍부터 대신 말하기(代言)란 글쓰기 방식을 사용해 왔다. 당나라 때는 이전보다 대신 말하기를 활용한 시가 더 유행했다고 한다. 이상은(李商隱)이 남긴 다음 시도 그런 예 중 하나다.시인은 애정시에 특히 뛰어났는데, 이 시에선 여성의 목소리를 빌려 사랑하는 이에게 애절한 이별…

    •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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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가의 쇠락 지켜보는 감독과 시인의 가슴엔… 알수없는 욕망과 열망

    왕가의 쇠락 지켜보는 감독과 시인의 가슴엔… 알수없는 욕망과 열망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레오파드’(1963년)는 이탈리아 통일 운동 시기 왕가의 쇠락을 지켜보는 살리나 대공(大公)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나라 이하(李賀)는 한나라 멸망 후의 스산한 정경을 ‘금동선인(金銅仙人·금동으로 만든 신선)’의 입장에서 노래했다. 한나라가 무…

    • 202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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