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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28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10/10/130195029.1.jpg)
예부터 가을 되면 적막하고 쓸쓸하다 슬퍼하지만, 난 가을이 봄보다 낫다 말하리.맑은 하늘 학 하나가 구름 뚫고 날아오르니, 내 시심도 곁따라 창공으로 오르네. [1]환한 산, 맑은 물, 밤 되자 내린 서리, 누릇한 잎 사이로 드러난 짙붉은 단풍 몇 그루.높은 누각 올라보니 뼛속에 스미…
![자유분방한 새색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8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10/03/130152610.1.jpg)
왕창(王昌)에게 시집갈 땐 열다섯 나이, 사뿐사뿐 화려한 대청으로 들어섰지.나이 가장 어리다는 자신감에다, 관직에 몸담은 듬직한 낭군.춤이라면 싱그러운 ‘전계무(前溪舞)’를 좋아했고, 노래라면 유장한 ‘자야가(子夜歌)’를 아꼈지.한가해지면 벌이는 풀쌈놀이, 종일토록 화장도 않았었다네.…
![바둑 이야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28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9/26/130113299.1.jpg)
마주하되 서로 얼굴은 보지 않고, 고심하는 품새가 병사를 지휘하는 듯.상대를 헤아리며 한결같이 죽이려 하고, 자신은 챙겨 한사코 살려고 한다.형세가 유리하면 먼 곳까지 침투하고, 위기를 틈타 공격하여 승기를 잡는다.제대로 된 적수라도 만날라치면, 바둑판 앞에 두고 야밤중까지 간다.(對…
![영웅의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28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9/19/130063850.1.jpg)
검은 구름 성을 눌러 성이 무너질 듯했지만, 아군의 갑옷은 햇빛 아래 금비늘처럼 번뜩였지.나팔소리 하늘 가득 넘쳐나는 가을빛 속, 요새의 붉은 핏자국은 밤 되자 검붉게 엉겼었지.반쯤 올린 붉은 깃발 역수(易水)에 닿았을 땐, 된서리에 북이 얼어 소리조차 나지 않았지.황금대 만들어 인재…
![내 맘속의 보름달[이준식의 한시 한 수]〈28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9/12/130041783.1.jpg)
작년 중추절은 흐렸다 다시 갰는데, 금년 중추절은 흐리고 또 흐리네.백년 인생에 호시절은 자주 못 만나는 법, 백발이 차츰 늘어나면서는 특히 더하지.내 맘속에 원래 밝은 달 간직했으니, 길이길이 둥근 모습 영원히 이지러지지 않으리.산하와 대지가 그 맑은 빛을 품었거늘, 굳이 중추절에만…
![아우 생각[이준식의 한시 한 수]〈28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9/05/126876186.2.jpg)
병중에 들으니 네가 상주(商州)로 부임하지 않는다지. 떠도는 기러기 신세, 우린 언제 다시 나란히 다니게 될는지. / 먼 이별에 관직이 좋은 줄 모르겠고, 돌아갈 생각하니 세월이 길게만 느껴지는구나. / 글 쓰며 여유 갖는 게 진정 좋은 방책인데, 벼슬 좇느라 성과도 없이 괜스레 고향…
![도사를 찾아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27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8/29/126758431.2.jpg)
하늘에 닿을 듯 연이은 푸른 산봉우리, 이런 곳을 소요하느라 세월조차 잊으셨으리.구름 헤치며 찾아나선 옛길, 나무에 기대어 흐르는 물소리를 듣기도 했지.따스한 꽃더미에 청우(靑牛)가 누웠고, 높다란 소나무에 백학이 잠들었네.이야기 나누는 사이 멀리 강물엔 황혼빛, 홀로 차가운 안개 속…
![서예가에 바치는 찬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7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8/22/126648687.2.jpg)
어디서 난 병풍인지, 회소(懷素) 스님의 필적이 분명하구나.먼지 잔뜩 쌓이고 얼룩이 묻었어도, 먹의 흔적은 외려 더 선명하네.괴석이 가을 개울을 향해 내달리는 듯, 마른 등덩굴이 노송에 걸린 듯한 글씨들.이걸 만약 물가에 내다 놓으면, 글자 하나하나가 용으로 변할까 걱정이겠네.(何處一…
![시인과 화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7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8/15/126544425.2.jpg)
나와 헤어져 어디론가 간다던 위언(韋偃), 무적의 자기 그림 솜씨를 내가 좋아한단 걸 알고장난스레 몽당붓 잡고 붉은 준마를 그리자, 한순간에 천리마가 동쪽 벽에 나타났네.하나는 풀을 뜯고 하나는 울음 우는데, 순식간에 천리 길이 저들의 발굽 아래 놓일 기세.위태로운 시국에 어찌하면 이…
![화공의 솜씨[이준식의 한시 한 수]〈27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8/08/126427527.2.jpg)
섬돌 아래 가득 핀 붉은 꽃을 좋아하여, 사람 불러 그걸 부채에 그려 넣으랬지.붓질 따라 잎사귀 들쭉날쭉 돋았고, 가벼운 바람 타고 꽃송이가 차례로 피어났지.벽에다 걸어두자 여러 번 나비가 날아들었고, 제아무리 흔들어도 꽃잎이 이끼 위에 떨어질 염려 없었지.땅 없이 뿌리 내렸으니 이게…
![보은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7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8/01/126271623.2.jpg)
산 위의 푸른 솔과 길 위의 먼지, 구름과 진흙, 이런 사이인데 어찌 친해질 수 있나요.세상 사람들은 야윈 명마를 싫어하건만, 그대만은 가난한 인재라도 마다않으셨지요.천금을 준다 해도 성격은 못 바꾸지만, 일단 약속했다면 저는 목숨까지도 내놓지요.이 서생이 고마움을 모른다 마소서. 작…
![왕조 몰락의 그늘[이준식의 한시 한 수]〈27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7/25/126124654.2.jpg)
남편은 전쟁 나가 죽고 띠집 혼자 지키는데, 거친 삼베옷에 머리칼은 푸석하다.뽕나무 없어져도 여전히 세금을 내야 하고, 밭이 황폐해져도 아직 경작세를 걷는다.자주 들풀 뽑아 뿌리째 삶는데, 즉석에서 잎 달린 생나무를 잘라 불을 지핀다.제아무리 깊은 산속보다 더 깊이 들어가도, 세금과 …
![내 집 마련의 꿈[이준식의 한시 한 수]〈27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7/18/126009183.2.jpg)
수도 장안에서 벼슬한 지 20년, 가난한 삶이나마 즐길 만한 거처가 없네.집 가진 달팽이가 외려 늘 부러웠고, 제 몸 건사할 줄 아는 쥐가 차라리 더 나을 판.오직 바라는 건 송곳 꽂을 만큼의 작은 땅, 목각 인형처럼 떠도는 신세만 면했으면.내 집이라 할 수만 있다면 대만족, 습하고 …
![궁녀의 비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27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7/11/125895117.2.jpg)
궁녀들 일찍 일어나 웃으며 인사 나누는데,계단 앞 비질하는 사내 하나가 도무지 낯설다.사내에게 금붙이와 돈 건네며 앞다투어 묻는 말,바깥세상도 이곳과 비슷한가요?(宮人早起笑相呼, 不識階前掃地夫. 乞與金錢爭借問, 外頭還似此間無.) ―‘궁중의 노래(궁사·宮詞)’ 왕건(王建·약 …
![경국지색[이준식의 한시 한 수]〈27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7/04/125781620.2.jpg)
음악가 이연년이 한 무제 앞에서 불렀다는 노래. 미녀가 보내는 눈길 한두 번에 온 성, 온 나라의 운명이 좌우된다? 세상 어디에 그런 미녀가 있느냐고 황제가 궁금해하자 곁에 있던 누이 평양(平陽) 공주가 지금 노래하는 저 음악가의 누이가 바로 그 미녀라고 귀띔했다. 후일 황제는 이연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