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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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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랫가락의 울림[이준식의 한시 한 수]〈345〉

    노랫가락의 울림[이준식의 한시 한 수]〈345〉

    물안개 자욱한 차가운 강, 달빛 뒤덮인 백사장.한밤 진회 강변에 배를 대니 주막이 가까이에 있구나.가기(歌妓)는 망국의 한 따위는 나 몰라라 하는 듯,강 건너편에서 여전히 ‘후정화’를 부르고 있네.(煙籠寒水月籠沙, 夜泊秦淮近酒家. 商女不知亡國恨, 隔江猶唱後庭花.)―‘진회강에 배를 대다…

    • 1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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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욕의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344〉

    무욕의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344〉

    이 계절의 풍광이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만, 가을날의 감회는 왜 이리 쓸쓸한지.서풍에 펄럭이는 저잣거리 주막의 깃발, 가랑비 내리는 하늘 아래 만개한 국화.세상사 걱정에 하얘진 귀밑머리가 서럽고, 녹봉만 잔뜩 챙기는 게 부끄럽기 그지없네.언제면 ‘사슴 수레’를 몰고, 영주(潁州) 동쪽 …

    •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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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히 읽는 계절[이준식의 한시 한 수]〈343〉

    조용히 읽는 계절[이준식의 한시 한 수]〈343〉

    가을이 오면 무엇이 가장 마음을 끄는가.울타리엔 누런 국화 그득하고, 숲속엔 귤들이 주렁주렁.뭐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해 오래 품어온 뜻에 부끄럽지만,수많은 시에 내 뜻을 실어 마음속 깊은 울림을 적어본다.특이한 글은 눈길 한 번에도 금방 읊조릴 수 있고,심오한 뜻은 여러 장에 걸쳐 …

    •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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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근한 격려[이준식의 한시 한 수]〈342〉

    푸근한 격려[이준식의 한시 한 수]〈342〉

    연꽃은 이미 지고 비 가려줄 연잎조차 없지만,시든 국화는 찬서리에도 줄기 아직 꿋꿋하다.일 년 중 가장 좋은 풍경, 그대 꼭 기억하시오.귤 노랗게 익고 그 잎 푸르디푸른 이 시절이 최고라는 걸.(荷盡已無擎雨蓋, 菊殘猶有傲霜枝. 一年好景君須記, 最是橙黃橘綠時.)―‘유경문에게(증유경문·贈…

    •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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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에 맞서는 칼날[이준식의 한시 한 수]〈341〉

    시대에 맞서는 칼날[이준식의 한시 한 수]〈341〉

    번쩍번쩍 빛나는 예리한 검, 허리에 차니 내 마음엔 사악함이 없어지네.친구가 내게 동료가 없다는 걸 알고, 곁에 두고 지음처럼 여기라 준 것이라네.내 마음은 얼음처럼 맑고 검날은 눈처럼 차갑지만, 아첨배를 베지 못하다니.내 속은 썩고 검날 또한 무뎌지는지라, 검으로 먹구름을 가르고 푸…

    •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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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궐에 갇힌 봄빛[이준식의 한시 한 수]〈340〉

    궁궐에 갇힌 봄빛[이준식의 한시 한 수]〈340〉

    그 옛날 미모 탓에 화를 당했으니, 단장하려 거울 앞에 다가가도 마음이 내키지 않네.총애가 외모에 달린 게 아닌 터에, 이 몸이 왜 치장을 한단 말인가.따스한 바람에 새소리는 요란하고, 해가 높이 뜨자 꽃 그림자 겹겹이 드리웠네.해마다 월계 냇가 모이던 아가씨들, 연꽃 따던 그 시절 …

    •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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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에 씻긴 가을[이준식의 한시 한 수]〈339〉

    비에 씻긴 가을[이준식의 한시 한 수]〈339〉

    무더위는 바야흐로 약해져가고, 벌레 울음 밤 되자 더 잦아진다.강과 호수에 한바탕 비가 지나자, 계절은 산뜻한 초가을로 바뀐다.붓을 들 만큼 멋진 풍광 펼쳐졌으니, 그 누군들 아직 누각에 오르지 않았으랴.서늘한 가을 흥취를 타고, 서쪽 푸른 숭산(嵩山)으로 노닐고 싶어라.(暑氣時將薄,…

    •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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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뇌 어린 서사[이준식의 한시 한 수]〈338〉

    고뇌 어린 서사[이준식의 한시 한 수]〈338〉

    가을밤이라 좀체 동은 트지 않고, 물시계는 어느새 이경(二更)을 향한다.홀로 앉아 노닐던 산수를 추억하노라니, 적막 속에 들리는 건 벌레 소리뿐.나뭇잎 떨구는 동정호(洞庭湖)의 바람, 구름을 빠져나온 천모산(天姥山)에 뜬 달.강물처럼 동쪽으로 떠돌며 갈 나 자신, 어떻게 그대에게 이 …

    •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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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가진 언약[이준식의 한시 한 수]〈337〉

    망가진 언약[이준식의 한시 한 수]〈337〉

    무성한 창 아래 난초, 빽빽한 집 앞의 버들.애당초 그대와 작별할 땐 오래 떠나 있지 않으리라 했지.집 떠나 만 리 길 나그네 되어 도중에 좋은 친구를 만났네.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빠져들었지. 술잔을 주고받지 않았는데도.난초는 마르고 버들마저 시들 듯 결국 처음의 언약 저버리고 …

    • 20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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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요 속의 성찰[이준식의 한시 한 수]〈336〉

    고요 속의 성찰[이준식의 한시 한 수]〈336〉

    물가로 책상을 옮기고, 옷깃 풀어 서늘한 밤공기를 맞는다.별 총총해서 낮엔 더울까 걱정되는데, 이슬 짙으니 연꽃 향기는 한결 그윽하다.개구리는 울음 울다 다시 멈추고, 거미줄은 사라졌다 또 번뜩인다.한창 ‘추흥부(秋興賦)’를 읊조릴 즈음, 서쪽 담장에 드리우는 오동나무 그림자.(傍水遷…

    •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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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을 향한 집착[이준식의 한시 한 수]〈335〉

    꽃을 향한 집착[이준식의 한시 한 수]〈335〉

    봄바람 살랑살랑, 화사한 빛 속에 활짝 꽃 피었다가꽃향기 서린 안개가 자욱이 번지고, 달빛은 회랑 저편으로 돌아간다.밤 깊어 꽃이 잠들어 버릴까 걱정되는 마음,촛불 높이 켜 들고 붉은 자태를 비춘다.(東風裊裊泛崇光, 香霧空蒙月轉廊. 只恐夜深花睡去, 故燒高燭照紅粧.)―‘해당화(해당·海棠…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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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둑에게[이준식의 한시 한 수]〈334〉

    도둑에게[이준식의 한시 한 수]〈334〉

    이슬비 부슬부슬 밤은 이슥한데, 대들보 위의 군자가 내 집에 들었구나.뱃속엔 시서(詩書)가 만 권이나 들었지만, 침상 머리맡엔 금은이 반푼도 없다네.나갈 때 우리 누렁이 놀라게 하지 말고, 담 넘을 땐 난초 화분 깨트리지 마시라.날이 추워 옷 걸치고 배웅하진 못하지만, 달 없는 밤을 …

    •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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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태의 민낯[이준식의 한시 한 수]〈333〉

    세태의 민낯[이준식의 한시 한 수]〈333〉

    손바닥을 뒤집으면 구름, 다시 뒤엎으면 비가 되거늘어지럽고 경박한 걸 굳이 다 셀 필요 있겠는가.그대 보지 못했는가. 관중과 포숙아의 가난한 시절의 사귐을.이 도리를 요즘 사람들은 흙처럼 내버린다네.(翻手爲雲覆手雨, 紛紛輕薄何須數. 君不見管鮑貧時交. 此道今人棄如土.)―‘가난할 때의 사…

    • 202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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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왕의 기상[이준식의 한시 한 수]〈332〉

    제왕의 기상[이준식의 한시 한 수]〈332〉

    막 솟는 붉은 태양 찬란하게 빛나니, 첩첩한 산봉우리 불꽃처럼 타오른다.둥근 해 순식간에 하늘길 오르니, 뭇별들과 희미한 새벽달은 쫓기듯 물러나누나.(太陽初出光赫赫, 千山萬山如火發. 一輪頃刻上天衢, 逐退群星與殘月.)―‘갓 떠오르는 태양(영초일·詠初日)’ 조광윤(趙匡胤·927∼976)조…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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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음, 그 한순간의 마법[이준식의 한시 한 수]〈331〉

    웃음, 그 한순간의 마법[이준식의 한시 한 수]〈331〉

    자넨 기품이 있고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우니, 자주 활짝 웃음 짓는 게 좋을 듯하네.누군가의 웃음으로 자리에 생기가 돋아나다니.노래하다 눈살 찌푸릴 대목에선 외려 옅은 미소를 띠고, 술 취해 웃을 차례엔 외려 살짝 미간 찌푸린다.적절하게 낯 찌푸리고 또 웃음 지으니 분위기가 한결 활기를…

    •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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