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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영원할것 같은 상처도 시간이 가면 아물리니

    [이달에 만나는 詩]영원할것 같은 상처도 시간이 가면 아물리니

    5월이면 생각나는 장면. 실연(失戀)에 상처받은 나를 강아지 짜부가 위로해준다. 죽을 일도 아닌데 왜 우느냐는 표정으로. 이윽고 짜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힘차게 계단을 뛰어 내려가 버린다. 나는 병색이 짙은 아버지가 계신 시골집에 찾아가, 짜부가 내게 그랬듯이 아버지를 위로한다. 아…

    • 201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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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골목길 돌고돌아 도망치는 가출 아들과 뒤쫓는 아버지…

    [이달에 만나는 詩]골목길 돌고돌아 도망치는 가출 아들과 뒤쫓는 아버지…

    가출한 아들을 발견한 아버지. 아들은 황급히 도망가고 아버지는 행여 놓칠까 뜀박질을 한다. ‘기적소리조차 검은’ 서울역 근처 남영동 골목을 돌고 도는 부자의 필사적인 달리기 한판. 30여 년이 흐름 지금. 한 출판사 건물 안에 아버지는 2층에서, 아들은 3층에서 나란히 일한다. 그때 …

    • 201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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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고통의 장소에서 고통을 지우려 하지만 그 고통 지울 수 없네

    피아(彼我)가 불분명하네. 눅진한 공기에 실린 모래바람. 앞을 가늠하기 힘드네. 여기는 사막 식당. 삶의 고통과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는 신기루 같은 곳. 내 아픔을 덜어줄 사람은 없네. 주검 같은 사람들이 부유하네. 지독한 허무와 고독만 가득한 곳. 여기는 사막 식당. …

    • 201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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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사진… 지금은 멀리 떠난 아버지를 만난다

    허름한 양복바지 뒷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찔러 넣은 아버지의 오래된 지갑. 그 속에는 고이 ‘모셔둔’ 자식들 사진이 있다. 거나하게 취해 불콰해진 얼굴의 아버지는 허름한 선술집 한편에서 사진을 꺼내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을 터. 이제 내가 아이들 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닌다. 이젠 아이…

    • 201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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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수필

    꽁꽁 언 겨울도 언젠가 녹겠지. 봄 오면 들로 산으로 씨 뿌리겠지. 통통한 씨감자도, 어느 보드라운 흙 속에 자리 잡겠지. 하루가 가겠지, 계절이 흐르겠지. 어느 날 감자가 뽀얀 얼굴을 내밀 때, 닮고 닮은 얼굴들이 환하게 웃겠지. 새해, 칼바람을 뚫고 마음속에 어떤 감

    • 201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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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흐린 불빛 아래 왁자지껄한 실내… 情도 밤도 삶도 깊어만 간다

    어스름녘 도시의 뒤편. 노란 백열등 아래 어깨 굽은 사내들이 모여든다. 고기 타는 냄새에 가게 안은 금세 매캐해지고, 떨어진 기름방울에 놀란 숯불이 파닥 뛰어오르며 성을 낸다. 집게 든 손은 분주하고, 노련한 가위질은 시장기를 더하고. 상추 위에 번들거리는 고기 한

    • 201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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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금단 증상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만원 버스 안. 후끈한 열기에 덜덜거리는 진동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손잡이를 잡은 팔은 저려오고, 다리는 뻐근하다. 욕지기가 나오려는 찰나. 차가 속도를 낸다. 부응∼ 하고 달린다. 숙변이 내려간 듯, 두통이 씻겨간 듯 개운하다, 상쾌하다. 속도

    • 201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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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가진 자와 못가진 자, 말이 많은 자와 없는 자…

    아무리 많은 우산이 있어도 비 오면 들고나가는 것은 그중 하나. 밥상이 화려해도 두 개의 입으로 먹을 수는 없는 법, 결국 음식이 들어가는 입은 하나. 우리 곁에는 유독 하나가 많다. 사람들은 결국 그 하나의 점으로 모인다. 하나의 점, 하루의 잠, 한번의 삶…. 나는 오

    • 201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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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멸치도 안먹는 ×이 무슨 노동해방이냐”

    멸치가 달그락거리며 뜀박질을 한다. 반찬통을 넘어 밥알들에 안긴 멸치가 벌건 피를 쏟는다. 희멀게진다. 멸치가 흘린 것은 고추장이 아니다. 피다 고통이다 가슴 쓰린 절규다. 멸치가 아니다. 벽을 향해 쉼 없이 뜀박질하는 것은 바로 나다. ‘이달에 만나는 시’ 9월

    • 201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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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삶은 무겁다 무거우면 코끼리 코끼리는 커 내 꿈도 컸었지…

    삶은 느리고 무겁다. 그러기에 지긋이 힘겹다. 갈수록 커지는 일상의 짐을 견디기 위해 조금씩 비대해져버린 나의 육체. 둔중한 몸집을 바삐 굴려도 이 회색도시에 더이상 달콤한 잎사귀는 없다. 나는 엘리펀트맨. 제 한 몸 편히 누일 곳 없어 오늘도 헤매는 도시의 이방인.

    • 201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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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삶이 저 멀리서 손짓한다… 어제도 오늘도 헛걸음이다

    《 단단하고 육중한 암석도 언젠가는 제 뼈를 드러낸다. 점차 허물어져 잔돌이 돼 굴러다니다, 먼지처럼 작아지면 두둥실 바람에 실려 날아간다. 죽음은 깃털처럼 가벼운 것. 바위도 인간도 바로 내가 사랑하는 당신도…. 모든 것의 소멸은 참 닮았다. 어긋남이 없다. 》

    • 201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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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째깍, 자정이 넘어간다… 깜빡, 일상이 눈 비빈다… 터벅, 하루가 지나간다

    자정을 넘긴 시간. 세상은 현실과 환상 사이에 놓인다. 텔레비전 채널이 돌아간다, 초원의 동물들이 점멸한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어느덧 차가운 재로 변한 세상. 피곤한 몸을 잿빛 초원 위에 뉘인다. 죽음과도 같은 심연 속으로 한 칸 한 칸 잠긴다. ‘이달에 만나는

    • 201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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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새파랬던 세상은 핏빛노을로 변해… 이젠 서부역에서 너를 기다린다

    《 사랑을 만나기 위해 동쪽으로 간 적이 있었다. 이글거리는 아침 해처럼 뜨겁던 사랑. 이젠 날이 진다, 이 핏빛 노을 가운데 서 있다. 여기는 서쪽. 나는 여전히 그를 기다린다. ‘이달에 만나는 시’ 5월 추천작으로 최문자 시인(69)의 ‘서부역’을 선정했다. 지난달 나

    • 201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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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콩나물속 ‘일상의 혁명’들이 터진다, 아삭아삭… 아삭아삭…

    《 매콤한 아귀찜의 감칠맛을 돌게 하는 아삭아삭한 콩나물. 술 먹은 다음 날 아침 말간 국물로 아린 속을 달래주는 시원한 콩나물국. 밥상머리가 허전하자 엄마가 고춧가루와 마늘 다진 것, 소금을 넣고 조물조물해 거짓말처럼 뚝딱 만들어 내놓던 빨간 콩나물무침…. 우리

    • 201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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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그 님의 매화… 봄 손님이 발갛게 오셨을까

    《 새초롬한 봄바람 사이로 홍매나무 꽃봉오리들이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길어진 오후 햇살은 마당가 제 발치까지 닿아있다. 다시 봄이 움트려 한다. 문득 먼 곳에 계신 선생님, 어머니, 그리고 먼저 세상을 뜬 사람들을 떠올린다. 발갛게 솟아오른 꽃망울은 그들이 내게 보

    • 201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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