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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밑줄 긋기]아무튼, 서핑](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7/29/114730034.1.jpg)
용기를 내어 손을 뻗고 파도의 표면을 만졌다.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촉감은 무척 생생했다. 이 세상에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이란 ‘아름답다’나 ‘짜릿하다’ 같은 형용사가 아닌 ‘있다’ ‘보다’ ‘느끼다’ 같은 동사로 온다. 그러니 우리는 자꾸 움직여야 한다. 우울이나 불행에 가…
![[책의 향기/밑줄 긋기]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7/23/114594719.2.jpg)
병원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혹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슬픔,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보호자들을 만난다. 생생한 고통속에서 자신을 미워하는 것만이 가능한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옆에서 같이 그…
![[책의 향기/밑줄 긋기]어느 날 거울에 광인이 나타났다](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7/16/114477722.2.jpg)
거울을 깨고 싶었다. 피를 흘리고 싶었다. 그 대신 나는 화장실 구석에 주저앉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얼이 빠졌다. 의사에 입에서 나온 ‘정신증’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내가 미쳤다. 엄마가 들어와 내 등을 쓰다듬었다. “내가 미쳤어.” 나는 흐느끼며 말했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건 없어](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7/09/114364830.2.jpg)
어느 해변은 잔잔함이 싱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파도에 쓸려 온 해초가 썩어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코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도 있다. 지루하다 싶은 길, 크게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길이 나타날 땐 잠시 삶에 빗대어 보곤 한다. 길 또한 인생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모양새가 …
![[책의 향기/밑줄 긋기]코로나와 잠수복](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7/02/114251699.1.jpg)
“아빠, 밖에서 놀자.” 아들이 문을 노크하며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아들을 상대해주는 수밖에 없다.“알았어. 그럼 조금만 기다려.” 야스히코는 서둘러 잠수복을 입었다. 신기하게도 이 꼴로 밖을 나다니는 것에 아무런 저항감이 없었다. 지금은 긴급 사태니까 어쩔 수 없다는 당당함과 …
![[책의 향기/밑줄 긋기]어쩌다, 문구점 아저씨](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6/25/114102563.1.jpg)
만년필은 물론 다른 취미를 갖고 있는 분들도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입문용이라고 해서 입문했다가 점점 더 좋은 제품에 눈이 돌아가서 하나둘 모으다 보면 ‘아, 그냥 하이엔드 끝판왕 하나 사서 오래오래 잘 쓸 걸…’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끝판왕을 산다고 해도 그걸로는 만족하지 못…
![[책의 향기/밑줄 긋기]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6/18/113988004.1.jpg)
여자 연예인들은 사회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통 말랐다. 안 마른 주인공을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건 이상하리만치 몽땅 말랐기 때문인가, 아니면 바늘구멍(연예인 데뷔)이 애초에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일까. 안 말랐다가도 바늘구멍을 통과하고 나면 죄다 말라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 구멍에는…
![[책의 향기/밑줄 긋기]각자의 요가](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6/11/113888054.1.jpg)
어떤 자세는 남보다 더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고, 다른 자세는 남보다 훨씬 쉽게 수행할 수도 있다. 나의 몸도 그날그날 달라서 어제는 되던 자세가 오늘은 안 될 수도 있다. 허리가 평소보다 뻣뻣하거나 눌리는 느낌이 크면 어제보다 안 되는 이유를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그저 ‘오…
![[책의 향기/밑줄 긋기]빛을 걷으면 빛](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6/04/113785904.1.jpg)
가족으로 묶이지 않은 내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입원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같은 병실 사람들에게 할머니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까지 보호자로 호명되기 힘든 나는 늘 망설이고 머뭇댈 뿐이었다. 그녀와 함께 생활하며 차츰차츰 쌓아온 감정의 지층은 가족이라는 명목 …
![[책의 향기/밑줄 긋기]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5/28/113664972.1.jpg)
흙이 너무 부족하여 차라리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만 하는 아이들이 있다. 유년기에 마땅히 제공되어야 할 충분한 흙과 양분이 부족한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학교가 유리병과 깨끗한 물이 되어주면 좋겠다. 그렇다면 보건실은 물의 혼탁함을 관찰해 뿌리가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살펴보…
![[책의 향기/밑줄 긋기]당신의 마음을 진단해 드립니다](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5/21/113514160.1.jpg)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는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 ‘박하사탕’은 순간적 선택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보여줍니다. …(중략)…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힘으로는 거부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들을 만납니다. 과거의 일로 후회가 밀려올 때면 ‘나도 나약한 인간일 …
![[책의 향기/밑줄 긋기]산정한담](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5/14/113391470.1.jpg)
산 아래는 갖가지 일로 어수선하지만, 산에 오르면 언제나 정적만 흐른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잔가지 끝에 매달린 누런 잎들을 털어내면 낙엽이 마른 소리를 내며 굴러가고 벌거벗은 나뭇가지가 일렁일 뿐 주변이 갑자기 심연처럼 괴괴하며 정적 속에 묻힌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놀라 시선을 주면…
![[책의 향기/밑줄 긋기]스물넷, 나는 한 번 죽은 적이 있다](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5/07/113269081.1.jpg)
돌이켜 보면 언제나 불행은 요란하고 행복은 조용했다. 불행은 갑작스럽게 닥쳐오지만 행복은 그렇지 않다. 행복은 다가오는 게 아니라 이미 삶 곳곳에 조용히 머무르고 있었다. 환상 같은 기대가 눈을 가리고 있어서 발견할 수 없었을 뿐이다. 나는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는 욕심과 기대를 버려야…
![[책의 향기/밑줄 긋기]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4/30/113157880.1.jpg)
우리 자신의 내면에는 정교하게 연마된 자기만의 조용한 나침반이 있어요. 그러나 그 지혜는 요란스러운 자아와 달리 은은해서 일부러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자아가 던지는 질문과 요구는 그보다 몇 배나 시끄러워 지혜의 소리를 완전히 묻어버리기 때문입니다. 17년…
![[책의 향기/밑줄 긋기]아무튼, 노래](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2/04/16/112906729.1.jpg)
다시 그렇게 부를 수 있을까?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는 듯이. 누가 보고 있어도 괜찮다는 듯이. 내가 나여서 다행이라는 듯이. 언제든 네가 될 수도 있다는 듯이. 노래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영혼을 들켜버리고 만다. 좋은 가수는 좋은 작가가 해낸 것과 비슷한 일을 해낸 것인지도 모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