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들뢰즈 사상의 진화’…‘들뢰즈 바다’에 뛰어들기

  • 입력 2004년 7월 2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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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사상의 진화/마이클 하트 지음 김상운 양창렬 옮김/477쪽 1만6900원 갈무리

프랑스 사상가 질 들뢰즈(1925∼1995)가 1995년 파리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지 10년이 가까워 오지만 들뢰즈 사상의 영향력은 점점 더 진폭이 확대돼 가고 있다.

‘감각의 논리’, ‘앙티 오이디푸스’, ‘천개의 고원’, ‘스피노자의 철학’ 등 들뢰즈의 주요 저서는 이미 국내에도 거의 다 번역돼 있다. 문제는 욕망, 관계, 유목적 사유 등 서구의 지적 전통에서 모호한 대상으로 여겨져 왔던 영역을 자신의 주요한 사유 영역으로 삼고 있는 ‘들뢰즈의 바다’에 직접 뛰어드는 일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미국 듀크대의 문학 담당 교수인 저자가 쓴 들뢰즈 안내서. 그러나 단순한 입문서의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저자는 이탈리아의 사상가 안토니오 네그리와 함께 ‘제국’, ‘디오니소스의 노동’ 등을 저술한 사람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고, 지금도 네그리와 함께 ‘제국’의 후속편인 ‘다중(多衆·Multitude)’을 준비하고 있다(8월 출간 예정). 하지만 저자는 그에 앞서 워싱턴대에서 들뢰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들뢰즈 권위자다.

저자는 이 책에서 베르그송의 존재론, 니체의 윤리학, 스피노자의 정치학 등을 섭렵하며 자신의 철학을 형성한 들뢰즈의 초중기, 그리고 펠릭스 가타리와 공동작업을 했던 후기 저작들을 면밀히 추적했다. 이를 통해 들뢰즈가 개방적, 수평적이며 집단적인 민주 사회의 구성 논리를 추출해 정치철학적 기획으로 ‘진화’돼 온 과정을 드러냈다. 들뢰즈에 대한 이런 독해는 또한 저자가 네그리와 함께 추구하고 있는 ‘다중의 자율적 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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