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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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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안함의 기록[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5〉

    미안함의 기록[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5〉

    타자에 대한 연민은 예술의 기본이다. 함민복은 그 기본에 충실한 시인이다. 그에게는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도 연민의 대상이다. 어느 날 시인은 화장실을 가다가 밭둑에서 뱀과 마주쳤다. 해로우니 죽여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뱀은 어느 사이에 구멍 속으로 3분의 2쯤 들어가 있었다. 그는…

    •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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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본질적인 것[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4〉

    가장 본질적인 것[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4〉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삶이 위기에 처할 때 더욱 빛난다. 이탈리아 작가 마누엘라 살비의 단편소설 ‘작은 새’는 코로나19로 인해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다. 처음에는 새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화자는 작은 새가 옆집 발코니 유리창을 부리로 쪼는 모습을 유…

    •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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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소리를 빌린 사연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3〉

    목소리를 빌린 사연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3〉

    예술은 연민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그 연민의 대상에 작가 자신이 포함되면 진실성은 배가된다. 2020년도의 전미도서상(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한 유미리의 소설 ‘우에노역 공원 출구’는 예술이 가진 그러한 속성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도쿄 우에노역 주변에 살던 노숙자가 주인공인 소설이 어…

    •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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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의 연금술[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2〉

    베토벤의 연금술[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2〉

    고통은 인간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름다운 예술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5번은 고통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베토벤이 이 곡을 완성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825년이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몹시 고통스러워할 때였다. …

    •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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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자 눈꽃[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1〉

    점자 눈꽃[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1〉

    여덟 살짜리 딸은 아버지의 지시대로 옆에서 성경책을 읽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제판기를 이용해 아연판에 점자를 새겼다. 그런데 아이가 읽어주는 성경은 쪽복음, 즉 권별로 분리된 휴대용 성경이어서 제대로 읽기가 힘들었다. 행을 바꿔 읽을 때 같은 줄을 또 읽거나 한 줄을 건너뛰고 읽는 일…

    •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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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나귀를 기억하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0〉

    당나귀를 기억하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0〉

    문학은 때때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박해의 기록이다. 프랑스의 이솝이라 불리는 장 드 라퐁텐의 ‘역병에 걸린 동물들’은 박해의 기록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지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병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박해의 기록 혹은 알레고리. 동물들이 역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

    •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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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한 톨에 우는 아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9〉

    밤 한 톨에 우는 아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9〉

    그는 어느 날 숲속을 거닐다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자지러지게 우는 어린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참새처럼 팔짝팔짝 뛰면서 울었다. 그 모습이 “마치 여러 개의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 듯, 방망이로 심장을 마구 두들기는 듯 비참하고 절박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무 밑에서 주운 밤톨 하나…

    •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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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자의 어머니[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8〉

    철학자의 어머니[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8〉

    어머니는 병실 커튼을 젖혀 달라고 하더니 창밖에 서 있는 나무의 노란 잎들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아름답구나.” 딸은 어렸을 때 이후로 어머니가 그런 미소를 짓는 걸 본 기억이 없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젊은 엄마였을 때 짓던 미소였다. 일흔여덟 살의 어머니는 암에 걸려 죽…

    •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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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리 부는 사나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7〉

    피리 부는 사나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7〉

    신화나 전설은 비극적인 사건을 은폐하거나 때로는 미화한다. 그림 형제의 ‘독일설화집’과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얼룩무늬 옷을 입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나오는 전설도 그러하다. 독일의 작은 도시 하멜른 주민들은 쥐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쥐들은 음식을 먹어치우고 모…

    •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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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 없는 용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6〉

    조건 없는 용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6〉

    최고의 용서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을 무조건 용서하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말인데 얼핏 들으면 언어유희처럼 들린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용서하는가. 그런데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아미시 공동체가 그들이다. 18세기 초에 스위스에서…

    •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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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미고래의 미역[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5〉

    어미고래의 미역[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5〉

    그리움은 사랑의 대상으로부터 떨어져 있기에 발생하는 감정이다. 이민자들이 모국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 거리 탓이다. 그나마 그들을 모국과 이어주는 문화가 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어디에 살든 생일날 미역국을 먹는다. 그게 문화다. 재미교포 에밀리 …

    • 202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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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이 목격한 죽음[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4〉

    소년이 목격한 죽음[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4〉

    상처가 때로는 실천적 사유로 이어지기도 한다. 알베르 카뮈가 마흔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미완성으로 남은 소설 ‘최초의 인간’에 나오는 일화는 좋은 예이다. 어느 날이었다. 할머니는 손자에게 그가 형이나 다른 겁쟁이 식구들보다 더 용감하다고 어르며 닭장에 가서 닭 한 마…

    •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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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점을 준 선생님[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3〉

    45점을 준 선생님[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3〉

    그는 학교에 다닐 때 흔히 말하는 문제아였다. 가출도 잦고 무단결석도 잦았다. 불안한 가정환경 탓이었다. 그러다 보니 성적이 바닥이었다. 기말 시험에서는 화학 문제를 하나도 풀 수 없었다. 화학식이라고 아는 것은 H₂O밖에 없었으니 당연했다. 그래도 그냥 앉아 있기가 무료해 답안지 뒷…

    •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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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에 빠진 아이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2〉

    물에 빠진 아이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2〉

    2020년도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루이즈 글릭은 죽음처럼 우울한 주제의 시를 거의 강박적으로 많이 쓴 미국 시인이다. 어떤 시집은 죽음에 관한 내용이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1974년에 발표한 ‘물에 빠진 아이들’도 그러한 시다. 아이들은 얼음이 충분히 두껍게 얼었다고 생각…

    •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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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가 된 쥐[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1〉

    고양이가 된 쥐[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1〉

    그래픽소설, 즉 만화로서는 유일하게 퓰리처상을 수상한 아트 슈피겔만의 ‘마우스’는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특이하게 작가는 나치를 고양이로, 유대인을 쥐 즉 마우스로 그린다. 우화인 셈이다. 고양이 앞의 쥐,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들의 실존적 삶이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

    •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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