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9년 전 일이 머리를 스친다. ‘유진 씨는 결혼하면 어떤 집에 살고 싶어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얼마나 멋질까. 유진 씨는 드라마 ‘겨울연가’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정유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서로의 마음이 가장 좋은 집이잖아요.’ 아! 이 대사, 정말 사
2박 3일용, 5박 6일용, 그리고 한 달짜리. 거실에는 늘 크고 작은 트렁크 너덧 개가 펼쳐져 있다. 최근에만도 지난달 영국 에든버러에서 시작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하일브론을 거쳐 다시 베를린 집으로 돌아온 게 며칠 전이다. 이번엔 일주일쯤 머물다 곧 영국 런던으로 떠
‘세상의 모든 아들들은 못다 한 아버지의 꿈이다.’ 지난달 27일 독일 함부르크 임테크아레나 축구경기장. 심장이 터질 듯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경기 도중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울렸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 진출한 손흥민 선수(19)가 쾰른과의 경기에서
학교에 돌아왔다. 모델이 되겠다는 마음을 접은 뒤였다. 수업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았다. 학점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태경이는 캠퍼스 생활이 따분했다. 안 해 본 일이 없다. 전단지 나눠주기, 식당 서빙, 배달, 야간 택배 분류, 고물상 아르바이트…. 학비와 용돈을 혼자 해
1939년, 나라 없이는 학문도 없던 그때에 조선과학운동 등을 펼치며 곤충 연구에 매진했던 조선인이 있다. 조복성(1905∼1971). 광복 이후 초대 국립과학박물관장을 지냈고 고려대 동물학 교수이자 한국곤충연구소의 설립자로 세상 떠날 때까지 곤충 연구에 매진해 ‘한국의
20대 초반을 넘기기 어려운 병이라고 했다.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굳어 폐 근육까지 마비돼 질식하듯 죽어가는 근이영양증. 박승훈 씨(51)의 두 아들은 모두 이 병을 앓고 있었다. 현민(25) 현진 씨(19) 형제는 모두 이 근육병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 천형(天刑)이나 다름
○ 현장점검 나가면 마음 무거워져철민이(가명·15)는 내내 손톱만 물어뜯었다. 팔뚝에 멍이 시퍼렇게 들었는데도 “아프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획재정부 방기선 복지정책과장은 말을 붙여보려고 30분 동안 철민이 옆에 붙어 있었지만 철민이는 고개를 숙인 채 눈길
한때 세계 1위였다. “한국에서 아이리버 MP3플레이어가 없는 집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레인콤(아이리버의 옛 이름)을 창업한 양덕준 사장은 ‘벤처기업인의 표상’이 됐다. 당시 ‘아이리버에 다닌다’는 건 ‘삼성전자에 다닌다’는 말과 비슷했다. 정
《 아침에 눈을 뜨자 다리에 아무 감각이 없었다. 일어서려 했지만 가슴 아래 부분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고석찬 씨(23)에게 장애인으로서의 삶은 이렇게 갑작스레 시작됐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거대한 갈색
《 고등학교 졸업을 한 달여 남겨둔 2008년 2월 전권 씨(22)는 단돈 30만 원을 들고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축구의 나라 영국에서 승부를 걸어야 뭐든 될 것이란 각오였다. 실제로 돈도 없었지만 많은 돈을 가지고 가 배부르게 지내다보면 나태해질 것 같아 편도 비행
《 미국에서는 킬리키코파 그레이울프라고 불렸다. 한국 이름은 박혜진(25)이다. 두 개의 이름을 가진 남자. 그는 생후 4개월 때 인디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에게 입양됐다. 한국에서 입양된 한 살 위의 누나, 열세 살 어린 남동생과 함께 자랐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서
《 2010년 3월. 심란한 하루가 이어졌다. 언론에서는 온통 애플의 아이폰 얘기였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바다’를 만들고 아이폰에 맞설 비장의 무기 ‘갤럭시S’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LG전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전략적 판단 착오로 일
《 내러티브 리포트(Narrative Report)는 삶의 현장을 담는 새로운 보도 방식입니다. 기존의 기사 형식으로는 소화하기 힘든 ‘세상 속 세상’을 이야기체(Storytelling)로 풀어냅니다. 동아일보는 내러티브 리포트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더욱 깊이 있는 세상이야기를 전해
《 갓 꾸민 듯한 사무실은 20평 정도로 보였다. ‘OOO’, ‘△△△’, ‘×××’…. 책상, 컴퓨터, 시계, 칠판, 복합기 등 비품 모서리마다 붙어 있는 이름표가 눈에 띄었다. 물품을 기증해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엄마들의 이름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엄마는 사무실 권리금을 …
일찌감치 호명된 선수들은 활짝 웃었다.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간절히 바랐지만 이름은 좀처럼 불리지 않았다. 유원선(18·충암고 3)의 얼굴은 시간이 갈수록 굳어졌다.뿔뿔이 흩어진 가족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