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조용한데 러시아는 “왕이와 한반도 문제 논의”…온도 차이 이유는?

  • 뉴스1
  • 입력 2024년 1월 11일 1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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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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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의 외교수장이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으나 이 사실을 공개하는 방식에선 양국이 현저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러시아는 구체적인 언급을 내놨지만, 중국은 ‘침묵’을 택하면서다.

10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전화통화로 협력을 도모했다고 중국 외교부·러시아 외무부가 나란히 밝혔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와 러시아 외무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보도자료를 비교하면, 한반도 사안에 대한 양국 간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 한반도 주변 정세,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반의 상황 등 국제 의제에 관한 여러 긴급 현안이 다뤄졌다”라고 밝혔지만, 중국 외교부는 “양 측은 공통 관심사인 다른 국제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라며 한반도 문제가 다뤄진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그간 한국 등 주변국가의 전화통화 등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할 때 한반도 문제의 논의 사실을 필요에 따라서만 공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으로는 한중관계가 좋을 때는 한반도 사안의 논의 사실을 공개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를 숨기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표출해 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 중국 외교부가 이번 중러 외교장관 통화에서 한반도 사안의 논의 사실을 비공개한 것 역시 의도된 행동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 현안에 필요 이상으로 ‘밀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최근 북러 간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 심화에 대해 중국이 비판하지 않는 것이, 자칫 이를 ‘동조 또는 묵인’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을 제공한 정황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정보력’을 과시한 바 있는데, 중국이 이를 의식했을 수도 있다.

미중 양국은 긴 갈등 끝에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관계를 ‘갈등의 심화’가 아닌 ‘관리’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는데, 중국이 자칫 러시아나 북한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을 비판적 논조 없이 밝힐 경우 최근 밀착된 북러의 활동에 대해서 자신들이 일정 수준 행동을 수용하고,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에 동조한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중러 외교장관의 논의에서 북중러 밀착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 정상회담 전에 북중러 3각 군사협력의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대해 가부를 밝히지 않고 침묵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 북한과의 양자 협력에는 나서면서도 북중러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는 모습은 철저히 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중국을 나란히 방문했을 때도 중국은 3자가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이번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보면 중러의 고위급 교류에 대해서도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지기도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전화통화와 관련해 “양 측은 양국 간 고위급 및 최고위급(정상)의 향후 접촉 일정도 검토했다”라고 밝혔지만, 중국 외교부는 “고위급 교류 강화” “고위급 왕래”에 대한 왕 부장과 라브로프 장관 각각의 발언이 있었다는 것만 간략하게 소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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