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은 올림픽으로…’ 미련 못 버리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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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22일 0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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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지난 2018년 9월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등 공연 관람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2018.09.19/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지난 2018년 9월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등 공연 관람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2018.09.19/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올림픽 카드’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모습이다.

북한 당국이 이미 올 7월 일본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데다, 남북한 공동 개최를 목표로 했던 2032년 올림픽의 경우 경쟁국인 호주와 달리 유치활동을 시작조차 하지 못했음에도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오찬에서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선언으로 2023년 올림픽 공동 유치가 무산된 게 아니냐’는 오 시장의 물음에 “포기하긴 이르다”면서 “북한이 막판에 (도쿄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물 건너간 상태는 아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면 (2023년 올림픽 유치의)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며 “현재로선 (남북한 올림픽 공동 유치를) 경합상태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이 지난 2018년 2월10일 청와대를 방문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2.10/뉴스1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이 지난 2018년 2월10일 청와대를 방문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2.10/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이날 오전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2018년 2월)도 막바지에 참여했다.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희망하고, 개최시 남북관계에도 어떤 계기가 될 수 있겠단 희망을 갖고 있다”며 북한의 참가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한 공동 개최는 지난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간의 세 번째 회담 당시 합의사항이다. 문 대통령과 김 총비서가 회담 뒤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9·19공동선언)엔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 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여기서 ‘2020년 올림픽’은 당초 작년 7월로 예정됐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때문에 올해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말한다.

남북한 당국은 이후 2차례 체육분과회담을 열어 올림픽 공동유치 계획을 논의했고, 대한체육회는 2019년 2월 우리 측 2032년 올림픽 유치도시로 서울을 선정했다.

또 남북한 당국은 같은 달 스위스 로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열린 남북체육회담을 계기로 서울과 평양을 2032년 올림픽 개최도시로 하는 공동 유치의향서를 제출하고, 도쿄올림픽 땐 여자농구·여자하기·조정·유도 등 4개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남북한의 2032년 올림픽 공동유치, 그리고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에 관한 논의는 딱 여기까지였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간의 두 번째 회담이 결렬되면서 그 ‘주선자’ 역할을 했던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 간의 관계도 서먹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해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한 실무협상 결렬과 함께 북미 간 대화가 끊기면서 남북대화 또한 사실상 중단됐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작년 1월 국무회의에서 북한과의 올림픽 공동 개최 추진계획을 의결했고, 올 들어선 남북한의 도쿄올림픽 단일팀 출전 준비 등에 필요한 예산까지 승인했다. 반면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올 3월25일 도쿄올림픽 불참을 공식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다시 남북한의 2032년 올림픽 공동 유치와 북한의 도쿄올림픽 출전을 언급하자 체육계 안팎에서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IOC는 이미 지난 2월에 호주 브리즈번을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 우선 협상도시로 선정했다.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결정이 있기 한 달 전의 일”이라면서 “IOC는 남북한의 올림픽 공동 개최를 비현실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남북한은 호주와 달리 올림픽 유치위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체육계에선 이보다 앞선 2019년 10월 평양에서 치러진 남북한 대표팀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축구대회 아시아 2차 예선전이 북한의 거부로 응원단·취재진·중계방송이 없는 ‘3무 경기’로 진행됐을 때부터 “북한과의 올림픽 공동 유치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까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처음부터 북한을 가급적 자극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왔다”며 “그러다 2018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올림픽을 ‘소중한 기회’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그러나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더라도 2018년 같은 대화 자리가 마련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라면서 “지금 문 대통령이 북한의 올림픽 출전이나 올림픽 공동 개최를 얘기한 건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도 어렵다는 걸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IOC는 이르면 7월 도쿄올림픽 기간에 즈음해 2032년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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