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고배 들이켜게 한 여권 인사 5인

최진렬 기자 입력 2021-04-10 10:46수정 2021-04-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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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 김상조 · 박주민 · 김어준 행보 ‘심판론’ 촉발 … “이해찬도 선거 감각 떨어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선거전 초반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기도 한 박 후보는 18.32%p라는 큰 차이로 패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문제가 터져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제기된 가운데 여권 인사들이 연거푸 악재를 제공하며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순은 몹쓸 사람이었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왼쪽부터). 동아DB
박 후보는 4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들의 마음도 모두 받겠다. 새로 피어나는 연초록 잎을 보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후보 외에도 여러 인사가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전현직 정부 인사와 박주민 의원, 이해찬 전 대표, 방송인 김어준 씨 등 다양한 영역에 속한 인물들이 그 대상이다.

임 전 실장은 3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고 말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나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박 후보는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이하 시선집중)에서 “개인적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앞으로 그런 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임 전 실장이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글을 또다시 올리자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3월 25일 시선집중에서 “이 국면에서는 후보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며 “신중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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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세가 상한제 시행 직전 전세 가격을 14.1% 올린 사실이 밝혀져 3월 29일 경질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업무상 비밀 이용 혐의로 고발당해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틀 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임대차 3법 통과를 한 달가량 앞둔 지난해 7월 3일 임대료를 9.1% 인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분노를 부채질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6월 9일 법안 제안 이유를 “임대료를 조정할 때 그 인상폭이 지나치게 높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부동산 논란이 거세진 와중에 별도의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상황을 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어준과 오세훈 대결로 보여”
이해찬 전 대표(왼쪽)와 방송인 김어준 씨. 동아DB
정치권에서는 정부 여당이 문제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은 4월 7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당 의원들과 관련된 문제들이 터지면서 타격이 상당했다. 민심이 화나 있을 때는 솔직하게 잘못을 사죄해야 한다. 국민을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이해찬 전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선거 감각이 떨어진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3월 19일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데는 다 다니려 한다”고 말하는 등 여러 발언을 해왔다.

여권은 사과 대신 네거티브전으로 상황을 돌파하려 했다. 김어준 씨를 중심으로 오 시장의 ‘내곡동 땅 특혜 보상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여당 지지자의 결집을 호소한 것. 김씨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연일 오 시장의 내곡동 땅 특혜 보상 의혹을 다뤘다. 특히 해당 의혹이 생태탕 논란으로 비화하면서 민주당은 오 시장이 내곡동 인근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었는지를 가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제기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박영선 대 오세훈‘이라는 인물 대결로 상황을 끌고 가며 박 후보의 강점을 부각해야 했다. 네거티브전으로 대응한 탓에 시민들 눈에 이번 선거가 김어준과 오세훈의 대결로 보였다”며 “지난 4년간 실정에 대한 반성 없이 다시금 심판자로 자리매김하려는 모습에 시민들이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84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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