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철책 먹통 원인은 ‘기능 결함’…軍 “일체 점검·보완”

  • 뉴스1
  • 입력 2020년 11월 26일 1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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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군 전방부대 초병들이 철책을 점검하고 있다.2017.9.4/뉴스1 © News1
강원 화천군 전방부대 초병들이 철책을 점검하고 있다.2017.9.4/뉴스1 © News1
이달 초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철책 귀순’ 당시 광망(철조망 감시센서)가 울리지 않은 데에는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의 기능상 결함이 핵심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는 25일 강원도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과학화경계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당시 시스템 작동 상황과 관련 이같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합참에 따르면, 지난 3일 동부전선 GOP 철책을 넘어온 북한 남성 A씨는 당시 철책 기둥을 이용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GOP 철책은 촘촘한 벌집 모양으로 이뤄진 광망 센서가 설치돼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을 넘거나 절단할 때 센서가 울리고 5분 대기조가 즉각 출동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016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입한 이른바 과학화경계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 당시 광망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A씨는 철책을 넘은 지 약 14시간 뒤 남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서 우리 군 기동수색팀에 발견됐다.

이에 합참이 당시 작전 상황 전반에 대해 조사한 결과, 문제의 철책은 기능적 결함으로 인해 광망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GOP 철책의 감지시스템 경보가 작동하려면 크게 광망이 절단 혹은 일정 수준의 인장력이 가해질 경우와 철책 기둥 중간 및 상단부에 설치된 감지 장비에 일정 수준 이상의 하중이 가해질 때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철책 기둥을 이용해 광망에 일정 수준의 하중이 가해지지 않아 경보를 작동시킬만한 절곡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철책 기둥에도 각각 중간과 맨 끝 부분에 상단감지 브라켓과 감지유발기가 설치돼 하중이 가해지면 경보가 울리게 돼 있으나, 하필 해당 기둥은 감지 장비가 상단에만 설치돼 있었고 이 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상단감지 유발기 내부 나사 조임이 풀려있는 기능적 결함이 발견됐다.

육군 관계자는 “바람이 계속 불다보니 나사가 조금 풀려 있어 광망에 정확한 힘을 가하지 못해 센서가 울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용 부대에서 매일 육안 점검을 해오긴 했으나 내부를 보기 위해서는 3m 이상을 올라가 기계 자체를 뜯어야하기 때문에 사전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동부전선 전체 철책의 상단감지유발기를 뜯어 점검을 진행중”이라며 “12월 말까지 다 뜯어 느슨해지지 않은 형태의 나사로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북한에서 기계체조 선수 경력이 있으며 150cm 정도 신장에 몸무게는 50여kg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가벼운 몸무게의 A씨가 단련된 기술을 통해 하중을 분산시키고 감지 장비를 피해 철책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합참은 이외에도 관련 대책으로 Δ상단감지 브라켓 미설치 지역 추가 설치 Δ취약지역 감시장비 추가 보강 또는 교체 Δ과학화경계시스템 운용자 교육 및 정비시스템 강화 Δ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 개량 조기 추진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경계 작전 전반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자 처벌은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합참 관계자는 “GOP 철책 선상에서 귀순자를 실시간 식별했고 바로 종심차단 작전 들어가 신병을 확보하는 정상적 작전 수행했다고 평가한다”며 “이에 따라 합참 차원에서는 관련자 처벌을 검토하고 있지 않고 필요하다면 해당 부대에서 관련 사항에 대해 조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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