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cut off” 영문 표현… 2년5개월 前으로 되돌아간 남북관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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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4개 남북 통신선 전격 차단

북한이 9일 “모든 남북 간 연락채널의 완전 차단”을 선언하고, 즉각 이행에 나서면서 남북이 다시 공식적으로 불통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판문점 채널이 복원됐던 2018년 1월 3일 이전으로 2년 5개월 이상 후퇴한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 ‘차단’을 선언한 남북 간 통신채널 4개는 모두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던 2018년 개통 혹은 재가동된 것이다.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핫라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선 △남북 동·서해 군사통신연락선 △남북 기계실 간 시험 통신선이 차단 대상에 올랐다. 정상급부터 실무선까지 각급과 분야에서의 소통 채널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남북 간 소통을 전면적으로 중단시키겠다는 북의 의중이 담긴 것. 북한은 이날 영문으로 발표한 자료에선 통신선의 ‘완전 차단(cut off)’ ‘폐기(shut down)’ 등의 표현을 사용해 단순히 통화에 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선을 뽑거나 자르는 물리적 차단도 불사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4개 통신채널 중 가장 상징적인 건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다. 2018년 3월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특사단이 평양에 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접견하고 개통에 합의했던 것이다. 판문점 선언 발표를 일주일 앞둔 그해 4월 20일에 개통이 이뤄졌다. 개통 이후 ‘핫라인’이 제대로 활용됐는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정상 간 핫라인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의 대표적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되어 왔다.

남북 군사통신연락선은 2018년 6월에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완전 복구’가 합의돼 각각 7월과 8월 다시 열린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선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으로 연락사무소 개설이 합의돼 같은 해 9월 사무소 개소식과 함께 열렸다. 이와 함께 북한이 이날 ‘북남 통신시험연락선’이라고 표현한 남북 기계실 간 시험 통신선은 평양과 서울을 연결하는 각종 회선의 작동 상태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회선이다. 한 소식통은 “(기계실 간 통신선은) 모든 남북 간 회선이 통과하는 ‘게이트 채널’ 같은 것이어서 북한이 모든 연락을 끊고자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연락선 차단을 통해 단순히 남북 간 소통 단절을 알리는 차원을 넘어서 남북이 2018년 진행했던 일련의 주요 회담의 의미까지도 본격적으로 퇴색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에서 열렸던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된 일련의 주요 회담 및 접촉의 결과물로 이날 차단된 소통 채널이 열렸던 만큼 해당 회담 자체에 대한 평가절하가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무회의 주재하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위기를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는 계기로 삼아 주기 바란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의 단계적 확대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일방적인 남북 통신선 폐쇄 결정에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상황 파악에 주력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무회의 주재하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위기를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는 계기로 삼아 주기 바란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의 단계적 확대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일방적인 남북 통신선 폐쇄 결정에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상황 파악에 주력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북한의 발표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의 판문점 남북직통전화 단절 사례’를 배포하며 애써 ‘연락선 차단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으로 판문점 직통전화를 처음으로 중단한 이후 이날 발표 전까지 총 6차례 일방적인 남북 간 ‘소통 단절’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은 2016년 2월 남측이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하자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 통신선 차단으로 대응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9일 조치에 대해 유감 표명을 알릴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엔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고만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북한#남북 군사통신연락선#통신선 차단#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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