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부터” vs “싱가포르부터”…북미 절충 가능성은?

  • 뉴스1
  • 입력 2019년 3월 12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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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美, 토탈솔루션 필요”…北 ‘싱가포르 합의’ 강조
2020년 11월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절충 모색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노동신문)2019.3.1/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노동신문)2019.3.1/뉴스1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원칙에 맞서 미국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강경 입장을 강화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서로 날선 비방전이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결국은 접점 찾기 시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미국은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점을 매우 명확히 해왔고, 이런 입장에 미국 정부는 완전히 단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비핵화 방식에 대해 “미국은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일괄해법)이 필요하다”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일부분만을 대가로 제재를 풀어주면 우리(미국)는 북한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WMD에 결과적으로 보조금을 주게 되는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어떤 것도 합의될 수 없다”면서 ”(제재 해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에 도달할 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계속 협상할 것이다.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비건 대표의 발언은 평양 실무 회담 직전인 지난 1월 말 스탠퍼드대 강연과 달라진 것이다. 당시, 그는 ”(두 정상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했던 모든 약속들을 동시에 그리고 병행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며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었다.

하노이 회담을 기점으로 대북 협상의 중심에 강경파들이 자리잡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하노이 회담 전 미국의 협상팀은 영변 핵시설 해체와 일부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보다 낮은 수준(modest)의 협상을 고려했었다고 익명의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ABC·폭스뉴스와의 잇단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온 건 ”‘빅딜’이라고 부르는 완전한 비핵화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반면, 이날 북한의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이날 외무성 부원 리현의 명의로 ”(2차 북미정상회담은) 조미관계를 두 나라 인민의 이익에 맞게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키며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있는 계기로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싱가포르 조미공동성명에서 천명한대로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또 다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미최고수뇌분들은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하여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 나가며 하노이 수뇌 회담에서 논의된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며 추후 협상의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초 선보였던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기조로 한 일괄타결 방식으로 돌아간 것이고, 북한은 동시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 두 정상이 합의한 6.12 싱가포르 선언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읽힌다. 싱가포르 선언 1조는 새로운 북미관계, 2조는 평화체제 구축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3조이다.

지난달 말 하노이 회담 이후 양측 모두 대화에는 문을 열어놓고, 결렬에 대한 비난은 하지 않고 있다. 또 협상의 판을 깨기도 쉽지 않다. 미국이 먼저 깨면 중국과 러시아의 대오 이탈로 제재 시스템이 무너지게 되고, 경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북한이 치고 나가면 추가 경제 제재를 각오해야 한다.

일각에선 양측이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 방식에는 합의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12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금 미국의 정치적 기류를 보면 ‘빅딜’이나 ‘노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훨씬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와 달리 외교 분야에선 이룬 성과가 없다면서 ”(2020년 11월3일) 선거 다가오는데 뭘 내와야 할 것 아닌가. 그런 거 보면 (북미 간) 절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탄핵 논쟁이 가열시 대북 강경 대응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탄핵정국 관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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