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동창리 ‘나비효과’ 우려…문정인 “사소한 게 큰 재앙 돼”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2일 1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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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사소한 '악수'가 상황을 어렵게 할 수 있어"
"판 깨진 것 아냐 북미 양측 자제할 필요 있어"
"회담 결렬 원인은 북미 양측에 있어…아쉬워"
"추가제재 없을 것…추가제재는 판 깨자는 것"
"마이클 코언 변수…국내정치가 영향 커질 것"
"리용호·최선희 대미협상라인 경질 가능성 低"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 등의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이 협상 ‘레버리지’(지렛대)로 삼는다면 상당히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힌 뒤, “나비효과와 같이 사소한 것이 큰 재앙을 가져오는 건 북측도 피해야 하는 거 아니냐, (북미) 쌍방이 다 자제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이날 기조발언에서도 “나비효과는 피해야 한다. 미국 측 동창리 정보 보고도 나오는데, 사소한 ‘악수’가 상황을 까탈스럽게 가져갈 수 있다”며 “지금일수록 대화재개를 이야기하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우 3차 정상회담을 열어둔 상태에서, 양측이 상당히 조심하면서 물밑 접촉을 해야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움직임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그런 행동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판이 깨진 게 아닌데 북한도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문 특보는 이번 회담의 결렬 원인에 대해서는 “북한이나 미국이나 관료정치 문제가 크다”면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스탠퍼드대 연설 때는 점진적·병진적 비핵화 평화체제 추진으로 미국이 현실적 일정으로 돌아왔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일괄타결을 안 하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영변(핵시설) 플러스를, 미국이 우려를 표명해 온 농축 우라늄 시설 폐기에 대한 약속이라도 했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전면적 해제보다는 남북관계 개선, 금강산·개성공단 재개 등 현실적이었으면 딜(deal)이 되지 않았을까(싶다). 그게 안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특보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추가제제 가능성 언급 등에 대해서는 “북한이 명시적인 도발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이 추가제재를 한다는 것은 판을 깨는 거라고 본다”며 “바람직하지 않고, 제재라는 것은 이유가 있어야 하고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추가제재는 없다는 것을 말했다”며 “우리가 볼 때 북미 간 대화 불씨가 살아있다고 말하는 건데 그런 점에서 추가제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문 특보는 하노이 정상회담 기간 열린 트럼프 대통령 전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 청문회와 관련해서는 “분명히 28일 단독회담을 할 때는 코언 증언이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본다”고 밝혔다.

코언은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 과정에서 주요 의혹을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이번 청문회 증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자이자 협잡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코언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여성 2명에게 입막음용 돈을 전달했고 대통령의 장남으로부터 수표를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뉴스 헤드라인을 코언 청문회가 덮는 것을 굉장히 불안해했을 것”이라며 “결국 밤사이 심경이 변해서 ‘이번엔 못하겠다. 이걸 들고 가봐야 소용이 없다’고 변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특보는 “한국도, 미국도 심지어 북한도 국내 정치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국내 정치가 큰 변수로 작동하면 예측하기 더 어려워진다”며 “앞으로 그것이 상당히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정부 입장에선 ‘코언’ 변수가 그렇게 심각하게 작용하고 코언 변수가 볼턴에게 정치적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가져올지는 예측 못했을거라고 본다”며 “하원 청문회의 역동성과 관련되는 것이다.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으로 표현 안했다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가 제안한 안으로 갈 수 있었던 거 아니냐 생각하는데, 마지막 단계 변화를 한국 정부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 특보는 김 위원장의 대미 협상라인 경질설에 대해서는 “(경질 가능성이) 상당히 낮을 것이다.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경질하면 귀책사유가 북한에 있게 되는 거 아니겠냐”며 “그런 이유로 리용호나 최선희를 문책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책적 변화는 북측도 생각해볼 것”이라며 “미국의 선(先)해체 후(後)보상, 일괄타결 자세 때문에 협상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하노이 이후 (미국이) 다시 원래 포스트(post)로 돌아가게 되니까 이에 대한 비판적 복기를 많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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