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연일 대북 강경발언…‘北에 공 넘기며 결단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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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7일 0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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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매파’ 볼턴의 입지 강화?최대압박 기조 선회?
볼턴도 대화 의지 강조…北에 ‘빅딜 결단’ 압박 의도

‘슈퍼 매파’로 평가받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 협상 전면에 나서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볼턴 보좌관은 5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않으려 한다면 우리는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들여다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비핵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진 참담한 경제재제의 완화를 결코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며 “미국은 그들이 과거 행정부들에 팔았던 것과 똑같은 조랑말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미 현행 대북제재가 강력한만큼 제재 강화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상충된다.

그러나 미국 의회도 이날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3자 금융제재)’을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재상정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강화’ 기조로 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대화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뒤에 물러나 있던 볼턴 보좌관이 하노이 회담 이후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그가 대북 협상에서 실권을 장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기반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3일에도 폭스뉴스, CNN, CBS에 잇따라 출연해 “애초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 경제 제재를 계속하는 것을 들여다볼 것”이라며 “최대압박(maximum pressure)은 계속될 것이고 김정은에게 큰 충격을 안길 것”이라고 북한을 압박한 바 있다.

이같은 볼턴 보좌관의 최근 태도는 “수주 안에 평양에 협상팀이 가길 바란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4일 발언과 대비돼 향후 북미 협상의 난항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 역시 대화는 계속한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그가 입지를 강화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볼턴이 하노이 회담을 전후로 갑자기 입지를 강화했다는 것은 철저하게 우리의 시각에만 기반한 주장”이라며 “최근 발언들은 하노이에서 북미 양측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높아진 미국의 의구심을 반영한 지극히 원칙적인 발언”이라고 진단했다.

지금까지는 백악관이 아닌 국무부가 중심에서 협상을 해왔기 때문에 볼턴이 발언을 자제해왔으나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NSC 보좌관이 ‘스피커’가 됐을 뿐 폼페이오 장관과 그의 접근법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볼턴 보좌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대통령은 (북한의) 밝은 경제적 미래를 지적했다. 김정은이 그것을 활용하고 싶다고 결심한다면 대통령은 그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북한을 향해 협상 재개를 거듭 촉구했다.

즉, 그의 발언은 대북 제재를 가장 효과적인 레버리지(지렛대)로 보는 미국의 일관된 입장에 기반해 “공은 북한이 쥐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사실상 이번 2차 정상회담을 통해 ‘스몰딜 불가’를 공개적으로 확인한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기 때문에 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에 ‘빅딜’에 대한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방식에 북한이 반응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외교가에서도 북한이 하노이에서 실무회담과 정상회담을 통해 모든 패를 다 노출한만큼 사실상 공은 북한이 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회담 결렬 당일 하노이에서 심야 기자회견을 강행하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한국 기자들에게 대미협상에 대한 회의감을 계속 토로한 것도 이같은 북한의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는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보도에서 ‘결렬’ 등 부정적인 단어는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과의 ‘생산적 대화’를 계속 이어나갈 방침을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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