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중동 발언’에 날세우던 與, 김현철 발언엔 모르쇠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9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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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아세안 가면 해피조선’ 발언에 대해 야당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당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김 보좌관은 전날(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여기(아세안)를 보면 ‘해피 조선’이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에서는 이 발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발언’을 연상시킨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3월 중동 순방 후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보라. 다 어디 갔느냐고 (하면) 다 중동 갔다고 (할 정도로)”라고 해 야당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제1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역시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했다며 정부·여당에 목소리를 높였다.

우윤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제대로 된 청년고용정책을 세우기는커녕 중동 이야기를 꺼낸 건 적절치 않다. 청년들이 우선 국내에서 살 길을 찾도록 하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당시 원내대변인이던 서영교 의원은 논평을 통해 “청년들을 중동으로 내모는 건 상처난 곳에 소금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5포시대, 청년실신, 고3사회 우리 청년층은 너무 힘들고 아프다”며 “청년층의 고용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는데 정부는 그 탓을 청년들에 돌리려 한다”고 박근혜 정부의 청년 정책을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박 전 대통령의 중동 발언 비판은 꾸준히 이어졌다.
최고위원이던 유승희 의원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타계하려고 하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는커녕 ‘중동으로 가라’며 청년들의 원성을 자아내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대변인이던 유은혜 부총리는 “정부는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지 못한다며 청년들을 공박하고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중동에 진출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현 청와대 민정수석인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근혜 정권 옹호에 광적으로 앞장서는 일베 청년들, 박 정권 권력자의 자식들, 박정희 교도처럼 언동하는 어르신들의 손자들, 다 중동으로 보내면 된다”며 “즉각 자기 자식과 손자들을 중동으로 보내 각하를 기쁘게 하라”고 비꼬았다.

이처럼 중동 발언에 날을 세웠던 현 여권은 판박이처럼 닮아 있는 김 보좌관의 발언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무대응 전략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야권에서 김 보좌관을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 발언은 잘 모른다”고 답을 피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공식 논평도 내지 않았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침묵하는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중동과 아세안의 차이는 무엇이냐”면서 “이번 건뿐 아니라 최근 손혜원·서영교 의원 사건 모두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김 보좌관은 논란이 일자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사과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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