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대의 모바일 칼럼] 팩트(Fact)로 본 사드-오해와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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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미 시작했지만 사드에 대한 말들이 여전히 많다. 사드가 과연 북한 핵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느냐는 의문부터 중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는 지 여부와 침해 정도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가장 큰 원인은 국방부 등 관련 부처가 제대로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를 뒤져도 구체적인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는 곳은 별로 없다. 사드의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봤다.

◆북한, 50년 남짓 미사일, 핵 개발

사드 문제는 반세기가 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역사에서 시작된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미사일 개발에 매달렸다. 구(舊)소련에 스커드 미사일 제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을 치르던 이집트에 전투기 부대를 파병해주는 대신 소련이 이집트에 제공한 스커드 미사일과 발사차량, 정비매뉴얼, 운용교범을 넘겨받았다. 이 미사일을 분해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1980년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 1980년대 말 소련 해체기엔 러시아 전문가와 기술, 미사일 부품을 대폭 확보했다. 북한은 현재 사정거리 300~700km의 스커드 미사일과 1300km의 노동미사일, 3000km 안팎의 무수단 미사일, 1만km 이상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모두 개발에 성공해 보유 중이다.
※참고: KN-14 ICBM 사정거리 1만3000km
※참고: KN-14 ICBM 사정거리 1만3000km

북한은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 9일까지 5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실시했다.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활용해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에 이르기까지 모두 성공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핵폭탄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까지 마쳤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해 실전배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1, 2년 안에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해 실전배치하는 작업까지도 모두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는 최고급 고고도 미사일 요격 시스템

지난해 7월 한미 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공식 선언했다. 정부는 사드를 둘러싼 내부 논란과 중국의 반대가 격렬히 일자 2년 남짓 ‘요청(Demand)과 협상(Consultaion) 결정(Decision)’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3No’ 정책을 고수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지난해 1월 제4차 핵실험을 통해 수소폭탄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북한의 위협이 갈수록 가속화하자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여의치 않자 결국 사드 배치 공식화 결론을 내렸다.
사드는 미국이 개발한 육지 배치 요격미사일 가운데 중·단거리 미사일을 잡기 위한 최신의 무기다. 요격고도 40~150km, 사격 거리 최대 200km로 PAC-3의 요격고도 30km, 최대 사거리 90km보다 훨씬 낫다. 현재 한국이 보유한 PAC-2는 사거리 150km, 요격고도는 15~20km에 불과하다. PAC-3는 주한 미군만 갖고 있지 한국군은 조만간 도입 예정이다. 사드의 장점은 요격할 시간적 여유가 30~40초로 PAC-2의 1, 2초나 PAC-3의 2,3초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길다. 또 PAC-2나 PAC-3가 마하 4~6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만 잡을 수 있는 데 반해 사드는 마하 14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도 잡을 수 있다. 사정거리 1300km이지만 고각(高角) 발사를 통해 마하 8 속도로 내려오는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게 사드다.

◆중국, “‘사드의 눈’이 무섭다.”

이처럼 북핵을 막기 위한 요격미사일임에도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사드의 눈’에 해당하는 탐지레이더(AN/TPY-2)의 탐지 범위와 사드 방어 체계의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사드의 탐지레이더는 X밴드 주파수를 사용한다. 파장이 2.5cm인 X밴드 주파수를 쓰면 2000km 떨어진 야구공까지도 식별할 정도로 레이더의 해상도가 좋다. 지름 1~2m, 길이 10~30m의 미사일을 찾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심지어 적이 핵미사일을 날려 보내기 전에 교란용으로 사용하는 기만탄(Decoy)까지 찾아내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아직까지 이만큼 뛰어난 레이더를 개발한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는 종말모드로 탐지거리가 600km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진모드로 바꾸면 1800km까지 탐지가 가능하다. 현재는 종말 및 전진 모드가 각각 다른 소프트웨어로 구동되지만 2019년부터는 하나로 통합된다. 탐지거리 역시 앞으로 3000~4000km까지 늘 수도 있다. 중국이 무서워하는 건 유사시 미국으로 날려 보낼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한 사드 레이더를 통해 좀 더 빨리 파악해 요격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반도에서 미리 탐지한다면 알래스카나 미국 본토에서 탐지하는 것보다 최소 30분 이상의 대응 여유시간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을 향해 날리는 ICBM을 한반도에서 요격할 수는 없다. 사드 요격미사일은 사정거리가 최대 200k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북핵 제거되면 사드도 필요 없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만 모두 제거된다면 사드도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일 “사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적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린 자위적 방어 조치”라며 이 점을 강조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 역시 북핵을 제거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 고위 관리나 학자들은 “중국은 북한을 비핵화할 능력이 없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실제로는 의지가 더 없어 보인다.
북한은 핵무기를 생존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이런 북한을 부담으로 여기면서도 여전히 ‘전략적 자산’이라는 데 더 비중을 둔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붕괴되는 것보다 비핵화를 못하더라도 북한이 존재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남한 주도로 한반도가 통일됐을 때 중국에 우호적인 정권이 과연 한반도에 들어설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게 사드는 5000만 국민의 목숨을 지켜주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1, 2개의 사드 포대만으로는 600여 기의 남한 공격용 스커드 미사일을 다 막아낼 수 없다. 최소한 3, 4기의 포대가 있어야만 100개나 되는 발사대에서 일제히 날아오는 스커드 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다.
어느 나라도 주변국의 압박이 심하다고 해서 자국의 안전을 포기하는 나라는 없다. 게다가 중국의 사드 압력은 앞으로 있을 지도 모를 ‘잠재적 위협’을 미리 상정해 ‘실질적 위협’에 처한 남의 나라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의 소산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중국의 압력에 우리가 분열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이를 노리고 조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치단결해 중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다면 이 난국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하종대 논설위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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