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빈손 해체한 ‘우병우 수사팀’… 검찰 자존심은 죽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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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수사해온 윤갑근 검찰특별수사팀장이 어제 팀을 해산한다면서 “국민께 송구하고 민망하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을 감찰했던 이 전 감찰관은 15일 청문회에서 “우 전 수석의 아들 병역 특혜와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혐의가 입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검사 11명을 투입해 4개월여간 집중수사를 하고도 기소 한 사람 못 하고 수사팀을 해체한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수사팀 출범 직후 “검사 자존심을 걸겠다”며 철저한 수사를 다짐했던 윤 팀장은 검찰의 자존심을 스스로 짓밟았다고 해도 할 말 없을 것이다.

 특별수사팀은 우 전 수석 처가 땅과 게임업체 넥슨의 거래 의혹 혐의 등을 밝혀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각인시킨다는 김수남 검찰총장의 강한 의지 아래 출범했다. 그러나 자택 압수수색을 한다며 우 전 수석 아파트 관리사무소만 뒤지고 지나갔고 소환조사도 그가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야 했을 뿐이다. 급기야 우 전 수석이 조사받다 팔짱끼고 검사 앞에서 웃는 사진이 공개돼 ‘황제 조사’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청와대가 ‘부패기득권 세력의 대통령 흔들기’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면피 사유가 될 순 없다. 정윤회 문건 수사 때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이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도 한겨레신문에서 제기됐다. 비서실장이 검찰총장을 흔들 정도라면 윤 팀장이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을 제대로 수사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청와대가 인사권을 매개로 검찰 권력을 틀어쥔 이상 검찰 수사는 대통령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검찰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사상 처음 현직 검사장까지 구속된 올해는 각종 비리와 부패 스캔들로 검찰에게 치욕스러운 한 해였다. 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에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야당은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률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셀프 개혁쇼'도 더는 필요 없다. 내년이야말로 검찰개혁을 관철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다.
#우병우#부패기득권#이석수#윤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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