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당권주자들, ‘사드 반대’ 경쟁하며 親文노선 돌아갈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9일 00시 00분


코멘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이 어제 중국 방문을 강행했다. 27일 더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주자들은 이들의 방중(訪中)에 대한 입장 발표를 통해 자신들의 노선과 강성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나섰다. 친문(친문재인)계의 추미애 후보는 “국제 공조로 풀어야 할 북핵 문제를 오히려 (정부가) 사드 배치로 한중(韓中) 갈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고, 김상곤 후보도 “청와대의 일방적인 사드 추진으로 주변국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더민주당의 이번 전당대회는 당의 정체성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중심을 잡아놓은 ‘안보 정당’으로 유지하느냐, 실질적 오너인 문재인 전 대표 노선에 맞춰 친북(親北)으로 돌아가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한반도 위기의 본질은 북핵 문제인데 정부가 ‘사드 문제’에 매달려 ‘북핵 문제’ 해결은 되레 어려워지는 본말 전도가 일어났다”며 사드 배치 결정 재검토와 국회 동의 절차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권 주자들은 사드를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임으로써 4·13총선 과정에서 사실상 당을 장악한 친문세력과 ‘문심(文心)’ 잡기에 나섰음을 역력히 드러냈다. 추 후보는 사드 반대 당론 채택을, 김 후보는 사드 자체의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비주류인 이종걸 후보는 “(방중 의원들이) 사드 반대파로 분류돼 중국 측에 이용될 수 있다”고 했지만 ‘국회 비준’을 강조해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더민주당의 외연 확장에 힘써온 김종인 대표는 어제 이들 후보에게 “어떻게 민심을 파악해서 반드시 수권정당이 될 수 있을지, 머릿속에 새겨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표 계산을 해야 하는 당권 주자들에게 더 이상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심지어 김 후보는 6일 합동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계속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면 탄핵 주장도 나올 것”이라며 “탄핵이 당론으로 결정되면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어제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고 해도 국가 안보와 관련해서는 내부 분열을 가중시키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 책무”라고 사실상 더민주당을 비판했다. 청와대가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설명과 설득이 소홀한 점은 있다. 그럼에도 북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사드 배치 결정에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수권정당의 자세일 것이다. 더민주당이 2012년 대선에서 패한 데는 ‘안보 불안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적잖게 작용했다. 더민주당이 중국의 의도대로 남남갈등을 부추겨 사드 배치를 지연시키고, 집권할 경우 사드 배치를 철회시킬 작정인지 궁금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더민주 방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