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흔들리는 北 해외 엘리트, 김정은 공포통치 균열 드러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0시 00분


코멘트
북한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식당 지배인과 종업원 13명이 한국으로 탈출하면서 ‘외화벌이’ 북한 엘리트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로 북이 해외공관 축소 움직임을 보이자 일부 주재원들은 숙청을 우려해 해외 또는 한국으로의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 작년 5월 아프리카 국가에 주재하는 중견 외교관 일가족 4명이 한국에 망명한 데 이어 올 2월 대북 제재 움직임이 시작된 이후 아시아 국가의 북한 주재원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북한 체제는 김정은을 정점으로 김정은과 연대의식을 공유한 당-정-군 엘리트의 운명공동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폐쇄사회인 북한은 해외 파견도 출신 성분이 좋은 당-정-군 엘리트의 가족들을 주로 내보낸다. 그러나 해외로 나온 외교관과 주재원들은 개방 체제와 한국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며 시간이 갈수록 북의 비관적 현실에 심적으로 동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식당 종업원들의 한국행도 북 내부로 알려질 경우 충격과 파장이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다.

대북 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다짐한 중국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이번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5일 중국 저장 성 닝보 시의 류경식당을 빠져나와 이튿날 동남아 제3국을 거쳐 7일 서울에 왔다고 한다. 이들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한국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묵인이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격앙된 중국이 일종의 대북 경고를 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9일 “중국의 변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비난한 것은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 이후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음을 방증한다. 중국이 탈북자들의 북한 압송을 막고 이번처럼 자유의사를 존중해 한국행을 허용할 경우 북한 체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으면 체제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데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옳은 방향임이 이번에 입증됐다.
#북한#종업원 탈출#김정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