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선거구획정위의 구성과 운용방식 바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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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우여곡절 끝에 선거구를 획정한 공직선거법이 3일 공포됐다. 지난해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여야가 합의할 때, 국민들은 잠시나마 정치 개혁의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희망이 분노로 바뀌는 데는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정치권이 획정위원 추천권한과 의결정족수를 악용해 대리전을 전개함에 따라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의 출장소가 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경계 조정을 둘러싼 획정위원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치열한 다툼과 일부 기형적인 선거구를 지적하면서 평등선거의 이상이 정치적 당파성에 오염됐고, 이는 게리맨더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더구나 정치권과 국회는 늦게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주지 않았다. 최소한 지역구 수라도 정해줘야 선거구를 획정할 것이 아닌가. 이것은 국민을 속인 것이고 주권자에 대한 기만이다.

이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미래는 정치적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는 지점에서 찾아야 한다. 위원 선임을 중앙선관위와 유사한 방식으로 해 획정위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되, 정치색은 단호하게 걷어내야 한다. 예컨대,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등 중립적 기관에서 위원을 지명해 획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아울러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하기 전까지 국회는 지역구 수와 선거구 간 인구편차 등 획정 기준을 미리 정해야 한다. 이번처럼 선거구획정안이 정치 투쟁의 볼모가 돼 입법이 지연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가 법정 기한을 넘길 경우에 대한 대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전문성을 갖춘 획정위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관철할 수 있도록 정치권은 획정위원회를 존중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지방의원의 선거구 획정과도 직결되므로 획정 대상을 확대하고, 영국의 경우처럼 획정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고자 한다면 20대 국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19대 국회에서 선거구획정위원회 관련 규정에 대한 개정을 기대한다.

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공직선거법#선거구획정위원회#19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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