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테러방지법 괴담, 개혁 못한 국정원 탓도 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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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이종걸 원내대표를 마지막으로 192시간 25분 만에 필리버스터를 끝내면서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국의 9·11테러를 계기로 법안이 제출된 지 15년 만에 테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단을 갖게 된 것이다.

그동안 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가정보원이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금융계좌까지 모두 들여다본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더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아마 국내 휴대폰 공장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광주 서을 출마 예정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정보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설계해야 하므로 정보통신 업계가 우려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다. 인터넷에선 ‘아이폰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말도 파다하다. 2008년 ‘광우병 괴담’을 다시 듣는 듯하다.

테러방지법이 테러단체나 조직원, 위험인물로 대상을 한정한 취지를 무시하고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될 것처럼 퍼뜨리는 것은 극단적인 과장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국정원을 음습한 ‘악의 총본산’으로 몰아가는데도 국정원에서 적극 해명하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기억하는 이들은 국정원이 테러방지를 핑계로 공작을 할 수 있다고 의구심을 품고 있다. 김영삼 정부의 권영해 안전기획부장은 북풍·총풍 사건으로, 김대중 정부의 임동원·신건 국정원장은 불법 감청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대선 댓글 개입으로 구속됐고 최근에는 대공수사에 문외한이지만 민정수석과 친한 최윤수 2차장이 임명돼 신뢰를 깎아먹기도 했다.

국정원은 먼저 어두운 흑(黑)역사를 극복하고 개혁에 매진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테러방지도 제대로 할 수 있다.
#테러방지법#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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