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출신만 외교관 되는 게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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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 우수자-정보보안 인력 재외공관서 맹활약

외무고시는 그동안 ‘외교관 배출의 산실’이었다. 1968년부터 올해까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외시 3회)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10회) 등을 포함해 총 1361명의 외교관을 키워냈다. 그렇다면 외교관이 되기 위해 반드시 외무고시를 거쳐야 했던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요’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외교부 전체 직원 2141명 중 외무고시(행정고시 포함)를 통해 채용된 사람은 857명(40.1%)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연도별 외무공무원의 채용 현황에서도 비고시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전체 채용 인원 중 비고시 출신의 비율은 2010년 56%, 2011년 63%, 2012년 82%로 증가했다.

외교부의 채용방식은 크게 5급 공개채용(외무고시), 7급 외무영사직 공채, 특채로 나뉜다. 과거에는 ‘외무고시=외교관, 7급 외무영사직=행정직’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7급 공채 출신들도 실제 업무상 구분이 없어졌다는 게 외교부 측의 설명이다. 이홍엽 외교부 채용평가팀장은 “7급 공채 출신들도 많은 수가 재외 공관에 나가 똑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면서 “과장 진급 후에는 아예 인사시스템 상에서 구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어학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특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올해 하반기 외교부의 6·7급 특채 시험에서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터키어 우수자를 모집했다. 각 재외 공관 등에서 보안 관련 전자 설비들을 다룰 정보통신 인력도 특채 대상이다. 이와 별도로 10년 이상 경력자나 변호사 회계사 등 민간 전문가들을 뽑는 5급 경력 채용도 있다.

‘외교관의 꽃’으로 불리는 공관장(대사, 총영사)도 비고시 출신이 늘고 있다. 반대로 외시 합격자는 최소 한 번 이상 공관장을 해볼 수 있던 시절도 끝났다. 본부 간부로는 차관급인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이 학자 출신이고 국장급인 윤상돈 외교정보관리관, 신범철 정책기획관, 한혜진 부대변인 등이 민간에서 수혈됐다.

외무고시는 올해 47기 합격생을 끝으로 폐지됐으며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으로 대체됐다. 올해 4월 치러진 1차 후보자 선발시험에서는 28.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31명(경력요건 대상 분야 제외)이 합격했다. 이들은 국립외교원에서 1년간 교육을 받고 성적이 우수한 사람은 5급 외무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최하위권 3명은 탈락한다. 이 팀장은 “이제 해외에서 일하는 직업이 많아져 우수한 인재를 모으는 일이 쉽지는 않다”며 “선발의 공정성을 갖추면서도 뛰어난 인력을 뽑을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철중·조숭호 기자 tnf@donga.com
#외무고시#외교관#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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