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8월 시범운항… 미래영토 선점 속도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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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북극종합정책 추진계획 확정… 국적선 항로개척 착수

자원의 보고로 여겨지는 북극의 자원을 앞서 개발하기 위해 다음 달 말 한국 국적선의 북극항로 시범 운항이 시작된다. 내년부터는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을 오가는 선박의 국내 항만 사용료가 50% 감면된다.

정부는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북극종합정책 추진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해빙(解氷)으로 인해 북극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으로 북극 진출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북극항로 활성화’에 팔 걷어붙인 정부


이날 정부가 발표한 북극종합정책 추진계획은 △북극 외교 강화 △북극 과학연구 강화 △북극 신산업 창출 등의 방향을 담고 있다. 이 중 가장 가시화된 부분이 항로 개척이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향후 북극의 자원개발 등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선제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우선 북극항로를 개척해 운항 경험을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8월 말부터 한국에서 유럽까지 북극해를 거치는 항로를 시범 운항한다. 현대글로비스가 스웨덴의 북극해 운항 전문선사 스테나해운의 내빙(耐氷) 유조선을 빌려 유럽산 원유와 나프타 등을 운송한다. 이 배에는 국내 북극 연구 전문가들도 탑승해 북극항로 운항 과정을 연구한다.

정부는 해운회사가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북극 선제 진출’ 외에 선박의 연료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이동할 경우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는 2만2000km지만 북극해를 통과하면 1만5000km로 7000km 줄어든다. 운항일수도 40일에서 30일로 열흘 정도 단축된다. 북극 해빙기간이 길어지며 연중 5개월을 운항할 수 있는 점도 호재다.

정부는 내년부터 북극항로를 거쳐 국내 항만을 이용하는 선박에 한해 항만시설 사용료를 50% 감면한다. 선사들은 선박 1척당 600만∼700만 원의 항만시설 사용료를 절감할 수 있다. 북극항로를 오가는 선박을 사용하는 업체에는 이용실적에 따라 지원금도 준다. 지난해 전 세계 북극해 운송 횟수는 총 46회로 이 중 10회가 한국에 기항했다.

한편 정부는 북극종합정책을 통해 북극이사회 회원국과 다자 및 양자 협의체계를 확립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다. 북극해는 남극과 달리 연안국의 배타적 권리가 인정돼 연안국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 최초의 쇄빙(碎氷)연구선인 아라온호 외에 ‘제2의 쇄빙선’을 건조하고, 북극연구기지인 다산과학기지를 증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는 10월까지 구체적인 북극 외교 및 연구 방안을 발표한다.

○ 노선 활성화까지는 갈 길 멀어


이번 북극종합정책의 핵심 방안인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성이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노선에 화물을 운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해운사들 중 북극의 얼음 바다를 견딜 만한 내빙선을 보유한 업체가 없다.

시범 운항에 참여하는 현대글로비스도 스웨덴에서 내빙 유조선을 빌려 북극항로를 운항한다. 내빙선 앞에서 얼음으로 덮인 바닷길을 터주는 쇄빙선 임차비용도 만만찮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에 따르면 쇄빙선 비용 등을 감안하면 북극항로 운송비용이 인도양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25%에서 160%까지 오른다. 해수부 측은 “러시아 측과 시범 운항할 때 쇄빙선 비용을 감면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운항에도 요금 감면이 가능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물건을 맡기는 화주(貨主)가 없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앞장서서 화주 섭외에 나섰지만 아직 시범 운항에 나서는 현대글로비스도 화주를 확정하지 못했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요청해 검토하고 있지만 그쪽 항로를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고 원유가 함부로 다룰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애초 시범 운항에 참여하기로 했던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이 이번 발표에서 이름이 빠진 것도 이 같은 문제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로 발전하기 위한 회사의 목표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며 “당장 경제적 이득보다는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보고 항로정보와 노하우를 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기자·박진우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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