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사람들을 남겨서… 청와대도 어정쩡 동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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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정부 출범 D-2… 비서관 34명-행정관 인선 감감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당분간 내각은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이명박 정부 인사들의 도움을 받는 ‘임차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는 최근 하금열 대통령실장에게 “청와대 행정관들의 파견해제를 보류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새 대통령 취임 후에도 청와대에는 떠나는 인사, 남는 인사, 새로 온 인사들이 복잡하게 얽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당분간 내각-청와대 모두 MB 인사와 동거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의 요청에 따라 25일 선임행정관(국장급) 이하 전 직원들이 출근해 정상 근무토록 했다. 대통령 취임 사흘을 앞둔 22일까지 공식 발표된 청와대 인사는 실장 3명과 수석비서관 9명뿐이다. 청와대 업무의 주축인 비서관 34명과 이하 행정관들의 인선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22일 “박 당선인 취임 전까지 행정관은 최대한 인선을 해보겠지만 취임 이전 100% 완료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며 “정권교체가 된 것도 아니어서 현 청와대에 양해를 구했다. 현재 청와대 행정관 중에서도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취임 직후부터 박 당선인의 행보를 알리거나 언론의 취재를 도울 대변인과 춘추관장 임명도 오리무중이다. 당선인 측 다른 핵심 관계자는 “빨라야 24일 대변인과 춘추관장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취임 직후에도 업무 공백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졸지에 근무일수가 늘어난 한 청와대 관계자는 “행정관들을 모두 승계할 것도 아니면서 ‘계속 출근하라’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내각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장관 후보자들이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된다고 하더라도 박 당선인이 임명한 국무위원이 온전히 참석하는 국무회의는 3월 중순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이명박 정부 각료들로 업무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이 13일 지명한 장관 후보자 6명은 이달 말, 17일 발표한 장관 후보자 11명은 다음 달 4∼8일에야 국회 인사청문회가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신설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 “청와대 못 갈라” 친박 참모 초긴장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22일 “대선 과정에서나 인수위에서 고생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배려할 것이다”라고 말해 친박 인사 상당수가 청와대에 기용될 것임을 예고했다.

친박 인사들 사이에선 박 당선인이 공기업 낙하산 인사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밝힌 만큼 청와대 인선에서 배제될 경우 자리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청와대행을 위해 이미 국회의원 보좌관직을 사직한 인사들 사이에선 “자칫 백수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대선 기간 핵심 참모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당선인 비서실에서 근무한 핵심 참모라 할지라도 누구도 청와대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석비서관이 인선 안을 짜고는 있지만 결국 박 당선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행정관은 주말부터 개별 통보가 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보를 받더라도 신원조회에만 최소 2주가 소요돼 당분간 임시 출입증을 달고 청와대에 출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MB, “25일 0시 1분에 잠들겠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수석비서관들과 조찬 회의를 갖고 “차기 청와대가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주기를 바란다”며 “대한민국 심장부인 청와대는 단 하루, 단 1분이라도 멈추는 일이 없어야 한다. 나도 (임기가 끝난 직후인) 25일 0시 1분에 잠자리에 들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마지막 조회 자리에서는 “새로운 건국을 한다는 정신으로 남는 사람, 가는 사람 모두 서로 힘이 되고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나고 헤어진다는 것은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이니 헤어진다고 착잡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모두 마지막까지 고생하고 촘촘히 챙겨 큰 흔들림 없이 왔다”고 격려했다.

동정민·이승헌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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