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탈북자들에 ‘왜 왔어… 쓰레기 ’駐태국 대사관 여직원들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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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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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현지 구금시설 거쳐온 탈북자들 주장 잇따라

지난해 5월 태국 이민국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었던 탈북자 B 씨가 감방에서 썼던 일기 중 한 구절. “그들은 의기양양하며 북한 사람들을 마음대로 욕하며 천시하니 정말 가슴 아프구나”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지난해 5월 태국 이민국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었던 탈북자 B 씨가 감방에서 썼던 일기 중 한 구절. “그들은 의기양양하며 북한 사람들을 마음대로 욕하며 천시하니 정말 가슴 아프구나”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전 거치는 동남아 국가 중 한 곳인 태국의 한국대사관 여직원들이 탈북자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일삼아왔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현지 대사관은 계약직인 이 여직원들에게 불법 입국 혐의로 태국 이민국 산하 구금시설에 수감된 탈북자들의 관리를 맡겨왔다.

북한 고위급 간부 출신인 한 80대 탈북자 A 씨는 12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지난해 5월 20대 중반의 여직원으로부터 ‘야, 너 여기 왜 들어와 있어’ 등의 말을 듣고 억울한 마음에 대사에게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으나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기에 수감돼 있었던 50대 탈북자 B 씨는 “A 씨가 비좁은 공간에서 더위에 견디지 못해 결핵 환자가 격리돼 있던 방에 들어가자 한 여직원이 100여 명의 다른 탈북자 앞에서 A 씨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었다”고 회상했다.

B 씨는 “대사관 여직원들은 탈북자들을 나이 불문하고 늘 반말과 욕설로 대했다”며 “나는 감방 비품을 마음대로 옮겼다는 이유로 같은 방에 있던 아들과 헤어져 흑인 구금자 등이 수감돼 있는 외국인 감방으로 옮겨져 보름이나 있었다. 대사관 여직원으로부터 ‘대한민국이 너 같은 쓰레기를 받는 곳은 아니다’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왔는데 딸 나이 정도의 여성에게서 ‘야, 너’라고 불리며 일방적으로 하대를 받아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B 씨의 아내는 “수모를 견디기 힘들어 ‘차라리 한국에 안 가겠다’고 하자 ‘그럼 평생 감옥에 갇혀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들과 다른 시기에 수감된 탈북자들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지난해 3월 수감돼 있었던 탈북 여성 C 씨는 “여직원들이 나타나면 수백 명의 탈북자가 모두 일어나는 등 예우를 해주었다”면서 “남성 직원 2명은 탈북자들을 점잖게 대하려 노력했지만 여직원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여직원은 학력 경력 등 신상자료를 쓰는 어머니뻘의 탈북 여성에게 서류를 집어던지며 “그 나이 먹도록 글도 제대로 못 쓰냐”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C 씨는 주장했다. C 씨는 “이들이 왔다 가면 감방이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얼어붙지만 반항하면 처벌로 한국 입국일이 늦어져 비좁은 감방에 그만큼 오래 있어야 해 어쩔 수 없이 참고 지냈다”고 말했다.

▼ 탈북자 관리, 외교관 대신 계약직에 맡겨 논란▼

전문지식-소양 의문… 대사관 “욕설 사실무근”

지난해 9월 수감돼 있었던 탈북 여성 D 씨는 “한국에 가려고 어쩔 수 없이 반말과 폭언을 참고 있었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원래 그런가 하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와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학대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직원들은 사선을 헤쳐 온 탈북자들이 만나게 되는 한국의 첫 얼굴이다. 그런데 따뜻하게 맞아줄 줄 알았던 한국의 아가씨들이 북한 보위부원 못지않은 반말과 욕설로 맞이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E 씨는 반말과 인격 모독이 일상화되자 탈북자들이 “이럴 바에는 차라리 북으로 다시 돌려보내 달라”고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주태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간혹 오해는 있을 수 있지만 탈북자들을 최대한 배려해주고 친절하게 맞아주려 노력하기 때문에 반말이나 욕설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탈북자들의 이 같은 주장은 올 2월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여론이 확산되기 이전의 상황에 대한 것이다. 탈북자들은 한국에 입국해도 몇 달간의 조사와 3개월의 하나원 과정을 거쳐야 사회에 나오기 때문에 올 들어 동남아 수감시설에 있는 탈북자들을 대하는 현지 공관 직원들의 태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주태국 대사관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폭언 당사자로 지목한 여직원들이 지금도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이 여직원들은 현지공관이 채용한 계약직 행정원 신분으로 준공무원의 처우를 받고 있다고 외교통상부는 설명했다. 이들이 국가 간의 민감한 외교사안인 탈북자 문제를 처리하는 데 요구되는 전문지식과 소양을 교육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외교관이 다뤄야 할 탈북자 처리를 계약직 직원에게 맡기는 것은 탈북자 문제에 대한 외교부의 안이한 자세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을 거쳐 동남아 국가로 입국한 탈북자들은 해당 국가에서 불법 밀입국자로 이민국 구금시설 등에 잠정 억류되어 있다가 한국에 온다. 태국을 통해서도 매년 1000명 이상의 탈북자가 들어오고 있다.

외교부 조병제 대변인은 “문제의 여직원들로 지목된 사람들에게 확인 조사했는데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며 “지금까지 우리의 판단은 탈북자들이 과장된 진술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채널A 영상] 탈북 대학생 백요셉 “해외 대사관서 한국행 퇴짜”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탈북자#태국#대사관#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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