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달라진 中… 도발 반복하는 北에 당근 대신 회초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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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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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정상회담

부쩍 가까워진 한중 정상 26일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환영행사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한 뒤 만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부쩍 가까워진 한중 정상 26일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환영행사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한 뒤 만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26일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45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끝났다. 하지만 후 주석이 강경한 톤으로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중단을 촉구하는 성과를 냈다. 두 정상은 최근 양국 갈등의 원인이 됐던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과 이어도 문제를 봉합하는 방안을 찾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
○ 北 장거리로켓
中, 과거 2차례 로켓 발사땐 편들어 줘… 北 부담 커질듯


후 주석이 이날 북한이 예고한 장거리로켓 발사에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은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은 그동안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군사도발이 발생하면 대체로 북한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보는 까닭이다. 중국은 북한이 2006년, 2009년 2차례 핵실험에 나섰을 때 예외적으로 완곡한 비판을 내놓았을 뿐이다.

북한은 1998년, 2009년 장거리로켓을 발사했을 때 “평화적 우주개발을 위한 인공위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때도 북한의 주장에 귀 기울인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한미일 3국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서도 “조용하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논평을 내놓으며 북한 편을 들었다. 중국은 2009년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표를 던지는 순간에도 “문제를 타협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후 주석이 이날 회담에서 꺼내 든 로켓 발사 중단은 물론이고 ‘민생에 주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북한 측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후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북한의 로켓 발사 중단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채널A 영상]중도 러도 ‘북 로켓’ 비판, 궁지에 몰린 북한

이날 후 주석 발언이 중국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중국 당국이 공개적으로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여전히 우세하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발사 중단’과 같은 후 주석의 핵심 발언은 소개하지 않았다. 후 주석은 “어렵게 얻은 한반도의 긴장완화 정세가 역전되는 것을 보기 원치 않는다. 중국은 유관국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만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중국 외교부 논평과 무관하게 후 주석의 진의는 잘 전달받았다”며 “후 주석의 (진의를 담은) 발언을 한국이 공개했지만 중국 정부는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탈북자 문제
中 “탈북자 한국입장 존중”… ‘조용한 해결’ 공감대 형성


탈북자 문제를 놓고 한중 양국은 ‘주고받기’식 외교적 해법을 찾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우선 후 주석은 탈북자 강제 북송을 두고 “많은 배려와 관심을 가지고 한국 입장을 존중해 원만히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탈북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피해 북한을 떠났을 뿐이어서 난민으로 볼 수 없다”는 기존 태도에서 한 발짝 진전됐다고 볼 수 있다.

또 “한국 측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후 주석의 발언은 탈북자가 국제협약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난민이라는 한국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후 주석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를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 안팎에서는 “중국이 탈북자 강제 북송을 자제하고, 한국 공관에 들어온 채 수년째 머물고 있는 탈북자의 한국행을 묵인해 주는 식의 해법에 기대를 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하지만 후 주석은 “중국은 국내법과 국제법 기준,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원칙을 따랐다”고 말해 중국 당국의 기존 발언과 달라지지 않았음도 시사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이달 2일 방한해 “중국은 이 문제가 국제화, 정치화, 난민화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정부가 ‘조용한 외교’를 탈피했던 최근 행보와 달리 이날 회담을 계기로 다시 조용한 외교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정상이 ‘긴밀한 협의에 따라 탈북자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자’고 합의한 대목도 중국이 협조하면 한국도 대북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처지를 배려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EEZ 획정
‘이어도’ 실무협상 조속한 시일내 열기로


이 대통령과 후 주석은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 획정을 위한 실무급 협상을 조속한 시일 안에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부가 이를 단속하던 한국 해양경찰을 살해하고, 이어도 해양기지 관할권을 두고 양국이 갈등하는 등 긴장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을 조기에 봉합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은 이미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에 있다는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국가해양국장의 발언에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하며 실무 접촉을 이르면 4월에 갖자고 제안했다. 이런 중국 측 제안에 이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중 양국은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6차례의 EEZ 경계 획정 회담을 열었다. 그러나 팽팽한 견해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유엔 해양법에 따라 각 국가는 연안 바깥 200해리(약 370km)까지 EEZ를 설정할 수 있다.

한국은 “제주도 남서쪽 149km에 위치한 이어도가 200해리 안에 있고 중국보다 한국에 가깝다”며 당연히 한국의 EEZ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한중 연안의 거리가 400해리에 못 미치고 대륙붕 등을 고려하면 이어도가 우리의 EEZ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 한중 FTA
靑 “늦어도 5월까지 협상 개시문제 매듭”


두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공식 협상 개시도 조속한 시일 안에 공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담에서 후 주석이 “빨리 시작하자”고 요구하자 이 대통령은 “적절한 국내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올해 1월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 이후 관보 게재, 공청회 개최라는 절차를 마친 상태다.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늦어도 5월까지 한중 통상장관 회담을 열어 공식 협상 개시 문제를 매듭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한중정상회담#핵안보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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