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높아지는 이란 제재에 국내 中企 속앓이… “원유 수입액만큼만 대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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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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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풀려도 수출차질 불가피”

“요즘 잠이 안 옵니다. 이란 거래처에서 LC(신용장)가 들어와도 반갑지 않아요.”

10년 넘게 이란에 수출을 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동료 중소기업인들도 요즘 속이 바짝 타들어간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정부가 이란 경제제재의 강도를 높이면서 해당 기업계에선 이에 맞서 ‘우회수출’까지 논의하는 상황이다.

▶본보 1월 19일자 A1면 “年72억달러 이란 수출시장 中에 넘어간다”

A3면 이란 원유 수입 지난달 이미 반토막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이란 경제제재에 관한 미국 국방수권법 비(非)석유 부문이 29일부터 효력을 발휘하면 이란 수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비록 우리나라 은행들이 이란 중앙은행과 계속 거래할 수 있도록 국방수권법의 예외를 인정받았지만 수출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이란 수출입 기업들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개설된 원화계좌를 통해서만 대금을 거래할 수 있는데 원유 수입액만큼 원화를 쌓아놓고 그만큼의 제품 수출액을 상계(相計)하는 방식이어서 원유 수입이 줄어들면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미국이 이란 중앙은행뿐 아니라 지난달 이란 최대의 국영은행인 이란 테자라트 은행마저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며 “대이란 수출 여건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경부와 KOTRA는 최근 이란 수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수출이 막히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대체수출은 물론이고 우회수출까지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KOTRA는 이날 참석한 중소기업 관계자들에게 “민감한 사안이어서 대외적으로 밝힐 순 없다”면서도 이란과 정치, 경제적으로 긴밀해 우회수출이 가능한 시장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터키, 오만, 말레이시아 등 4개국을 조심스레 제시했다. 한국 건설장비 업체가 이란 바이어와 미리 협의해 UAE를 통해 우회수출한 실제 사례도 소개됐다. 이란 수입업자가 미국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UAE에 법인을 따로 차린 뒤 현지 환전소를 통해 한국 기업과 현금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UAE에는 8000여 개의 이란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KOTRA는 우회시장이 막힐 경우에는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미얀마, 남아공, 러시아, 콜롬비아 등으로 대체시장을 개척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당장 대체시장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체시장을 찾으면 추가로 현지 지사를 설립하고 인력도 새로 뽑아야 한다”며 “영세한 중소기업들로선 엄두를 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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