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기디질긴 ‘공기업 낙하산 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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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두차례 다짐에도 정치권 인사 계속 ‘투하’

공기업 2인자인 감사 자리에 정치권 인사를 임명하는 ‘낙하산 관행’이 이명박 정부 후반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8월 ‘공정한 사회’를 표명했고 지난해 6월에는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전관예우 근절’을 천명했다. 이 때문에 “말로만 공정사회를 외친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등을 통해 추출한 주요 공기업 50곳의 감사 가운데 정치권 출신 인사는 30명으로 60%를 차지했다. 감사원(4명), 예비역 장성(3명), 기획재정부(1명) 등 공직자 출신 8명을 포함하면 전관예우성 낙하산 비중은 76%까지 올라간다.

내년 2월 말까지는 50곳 가운데 30곳의 감사가 임기 만료에 따라 교체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5년차 막차’를 타려는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 공정사회를 다짐했지만

본보는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 구현과 전관예우 근절 메시지를 내놓은 시점을 기준으로 조사 대상 50명의 임명 시기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2010년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는 승자가 독식하지 않는다. 모든 영역에서 공정사회 원칙을 준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공정사회’ 선언 이전(1기)에 임명돼 아직 현직을 유지하는 감사는 9명이다. 이 가운데 7명이 정치권 출신이다.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출신인 서병길 한국가스공사 감사, 경북도의회 부의장 출신인 김선종 한국남동발전 감사 등이다. 공정사회 천명 이후 청와대 참모들은 “공정사회 논리와 충돌하는 낙하산 관행에 대해 최소한 타당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유야무야됐다.

이처럼 ‘공정사회’가 제시된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는 계속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매우 단호한 ‘전관예우 근절’ 의지를 밝히기까지(2기) 32곳의 감사가 임명됐다. 이 중 낙하산 인사는 17명이었다. 18대 총선 때 부산 서구에 출마했던 조양환 한나라당 후보는 기술보증기금에 둥지를 틀었고, 불교계 고위층과 인연이 깊은 임명배 청와대 행정관은 다른 조직을 거쳐 사찰과 관련이 깊은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옮겼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전관예우 근절’ 의지를 밝힌 것은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금융감독원 출신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된 것이 확인된 뒤였다. 정부는 이때부터 전관예우를 제한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과 시행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공직자가 아닌 정치권 인사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고, 이후에도 ‘보은 인사’는 계속됐다. 정부는 당시 “공기업 경영진은 가급적 경영인 출신을 더 뽑을 방침”이라고 설명했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지난해 6월 이후(3기)에 임명된 감사 9명 중 6명이 낙하산이었다.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한국마사회로, 2002년 대선 당시 ‘국민통합21’ 부대변인을 지낸 박경훈 씨는 대한주택보증 감사가 됐다. 비(非)정치인이지만 이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인 현대C&C 부사장 출신의 백해도 씨는 한국동서발전 감사로 갔다.

○ 청와대 “감사직은 외부인사 수혈 필요성”


이 같은 동아일보의 분석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공기업 인사를 청와대가 좌우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추천위원회를 통해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반론을 폈다. 아울러 청와대 측은 “공기업 인사에서는 경영직과 감사직을 구분해야 한다”며 “감사직이란 내부 비리를 찾아야 하는 성격상 외부인이 적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노무현 정부 시절에 공기업 경영인으로 기업인 금융인 변호사 교수 등 외부 전문가를 기용한 비율이 28%에 그쳤지만 지난해까지 이명박 정부는 38%에 이른다며 “분명히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관계자는 “이왕 외부에서 온다면 현직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대통령 측근 혹은 선거 경험자가 적절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임성빈 인턴기자 성균관대 경제학과 3학년  
김지영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교육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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