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대가성 인정하고도 벌금형… 돈 받은 사람은 징역형

  • Array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곽노현 교육감 1심서 3000만원 벌금형 유죄선고… 즉시 업무복귀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유·무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곽 교육감이 후보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건넨 2억 원의 대가성 여부다. 재판부는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도 곽 교육감에게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돈을 받은 박 교수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에 비해 형량이 터무니없이 낮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 받은 자는 징역형, 준 자는 벌금형


재판부는 곽 교육감이 돈을 준 동기와 상관없이 박 교수가 사퇴의 대가로 돈을 요구했고, 이것이 충족된 만큼 후보 사퇴와 2억 원 사이에는 대가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곽 교육감 측은 재판에서 “사퇴한 뒤에 돈을 준 것인 만큼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곽 교육감이 박 교수의 후보 사퇴로 단일 후보가 돼 이익을 얻었고 선의로 주기에 2억 원은 액수가 너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곽 교육감 스스로 ‘불법의 뿌리가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박 교수가 대가를 바란 것이 위법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고 회계책임자인 이보훈 씨가 이면 합의를 한 사실이 공소시효 기간에 수사됐다면 당선무효형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이 직접 후보직 매수, 매도 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박 교수가 어려움을 겪는 데 따른 부담감과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돈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참작 사유를 밝혔다.

반면 박 교수의 경우 합의한 돈을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협박을 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돈을 요구하며 사실상 후보직을 팔았다는 점을 들어 실형을 선고했다. 금품수수 합의에 실제로 관여했는지, 합의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적극적으로 돈을 줬거나 요구했는지를 양형에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벌금형과 실형으로 선고가 크게 엇갈리는 것은 벌금 액수가 많다는 것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선거법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통상 후보 매수죄는 돈을 받은 사람보다 준 사람을 더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박 교수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곽 교육감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전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 화난 검찰, “화성인 판결”


이날 판결에 대해 검찰은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임정혁 대검 공안부장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2억 원의 대가성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매수 당사자에게 벌금형을 내린 것은 사안의 중대성과 죄질에 비추어 지나치게 경미한 형”이라며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일선 지검에서 기소한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해 대검 공안부장이 직접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공안부장은 “선거캠프의 상임 선대본부장과 40년 지기인 공식 회계책임자가 대리한 합의를 (곽 교육감이) 몰랐다고 인정하는 것은 곽 교육감의 일방적인 변명에 경도돼 경험칙과 건전한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정점식 서울중앙지검 2차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판결은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 것을 판사만 믿는 ‘화성인’ 판결”이라며 “곽 교육감의 측근들이 ‘단일화 피싱 사기단’을 만들어 박 교수와 (단일화에) 합의하고 곽 교육감은 못 이긴 척 돈을 주는 가장 전형적 사기수법인데 오히려 박 교수에게 징역 3년이 떨어졌다”고 맹비난했다. 또 그는 “긴급부조라는 현학적 수사와 말장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판결”이라고 비꼬았다.

이날 공판 이후 곧바로 석방된 곽 교육감은 “대가성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에 승복할 수 없다”며 “2심과 나머지 재판에 성실히 임해 무죄 판결을 받겠다”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