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금융계좌를 열어 자금의 흐름을 들여다봤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여권 핵심 관계자와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경남은행 등에 개설된 이 위원장과 가족, 측근 명의로 된 금융계좌들에 대해 자금추적을 했다. 검찰이 자금을 추적한 시기는 사개특위의 사법개혁 논의가 속도를 내던 3∼6개월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은 최근 검찰의 금융계좌 추적 사실을 이 위원장에게 통보했으며, 모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도 이 위원장 측을 찾아가 자금추적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이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할 경우 해당 금융기관은 계좌 주인에게 통보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금융기관에 통보유예를 요청할 경우 최소 6개월 동안 본인에게 알리지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사개특위는 검찰관계법 심사소위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능 폐지안과 특별수사청,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방안 등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논의해 왔다. 3월 10일엔 사개특위 6인소위에서 중수부 폐지 및 특별수사청 설치 방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은 특위 위원장으로서 일부 검찰개혁 방안을 지지해 왔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의 한 측근은 “검찰이 사개특위 지도부에 대한 내사나 수사를 통해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자금추적에 대해 크게 마음을 쓰고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만약 검찰이 구체적인 범죄 혐의 없이 이 위원장 계좌의 자금을 추적했다면 오해를 살 수 있다. 특히 자금을 추적한 시기를 고려한다면 검찰이 이 위원장을 압박해 사법개혁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반대로 검찰이 실제 이 위원장의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추적을 하려면 법원에서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범죄 혐의 없이 단순히 압박하기 위한 자금 추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중수부 폐지’ 논의 한창때 자금추적… 檢, 사개특위 압박? ▼
그러나 한나라당 관계자는 “설령 이 위원장의 범죄 혐의가 포착됐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내사와 수사의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며 “이 미묘한 시기에 자금추적을 한 것 자체로도 충분히 의혹을 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전국의 지방검찰청은 국회의원들의 ‘쪼개기 후원금’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정치권 인사를 대거 소환조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개특위 활동과 관련해 정치권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낳았다. 이 위원장 측은 “저축은행 수사, 쪼개기 후원금 등 어느 수사에도 걸릴 게 없다”며 이번 자금추적이 검찰개혁 추진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했다.
검찰뿐만 아니라 현직 경찰관이 일부 사개특위 위원에게 협박 문자메시지를 넣고 “사개특위에 참석 말라”고 강압하는 행위도 나타났다. 또 일부 국회 관계자가 경찰로부터 미행을 당했다는 사례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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