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개특위長 계좌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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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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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전 이주영 위원장 자금흐름 내사檢 “범죄혐의 없이 압박 위한 추적 불가능”

검찰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금융계좌를 열어 자금의 흐름을 들여다봤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여권 핵심 관계자와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경남은행 등에 개설된 이 위원장과 가족, 측근 명의로 된 금융계좌들에 대해 자금추적을 했다. 검찰이 자금을 추적한 시기는 사개특위의 사법개혁 논의가 속도를 내던 3∼6개월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은 최근 검찰의 금융계좌 추적 사실을 이 위원장에게 통보했으며, 모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도 이 위원장 측을 찾아가 자금추적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이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할 경우 해당 금융기관은 계좌 주인에게 통보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금융기관에 통보유예를 요청할 경우 최소 6개월 동안 본인에게 알리지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사개특위는 검찰관계법 심사소위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능 폐지안과 특별수사청,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방안 등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논의해 왔다. 3월 10일엔 사개특위 6인소위에서 중수부 폐지 및 특별수사청 설치 방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은 특위 위원장으로서 일부 검찰개혁 방안을 지지해 왔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의 한 측근은 “검찰이 사개특위 지도부에 대한 내사나 수사를 통해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자금추적에 대해 크게 마음을 쓰고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만약 검찰이 구체적인 범죄 혐의 없이 이 위원장 계좌의 자금을 추적했다면 오해를 살 수 있다. 특히 자금을 추적한 시기를 고려한다면 검찰이 이 위원장을 압박해 사법개혁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반대로 검찰이 실제 이 위원장의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추적을 하려면 법원에서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범죄 혐의 없이 단순히 압박하기 위한 자금 추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중수부 폐지’ 논의 한창때 자금추적… 檢, 사개특위 압박? ▼

그러나 한나라당 관계자는 “설령 이 위원장의 범죄 혐의가 포착됐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내사와 수사의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며 “이 미묘한 시기에 자금추적을 한 것 자체로도 충분히 의혹을 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전국의 지방검찰청은 국회의원들의 ‘쪼개기 후원금’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정치권 인사를 대거 소환조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개특위 활동과 관련해 정치권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낳았다. 이 위원장 측은 “저축은행 수사, 쪼개기 후원금 등 어느 수사에도 걸릴 게 없다”며 이번 자금추적이 검찰개혁 추진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했다.

검찰뿐만 아니라 현직 경찰관이 일부 사개특위 위원에게 협박 문자메시지를 넣고 “사개특위에 참석 말라”고 강압하는 행위도 나타났다. 또 일부 국회 관계자가 경찰로부터 미행을 당했다는 사례도 나오는 상황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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