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급감했지만… ‘보험성 후원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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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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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의원후원금 1인 평균 1억5654만원… 모금한도의 절반 수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1일 공개한 ‘2010년도 정당, 후원회 등의 수입과 지출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의원들이 모금한 후원금 총액은 477억 원이었다. 국회의원 1인당 평균 1억5654만 원을 모금해 1인당 한도액(3억 원)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선거가 있는 해여서 모금 한도액이 지난해와 같았던 2008년 1인당 평균 모금액(2억1863만 원)과 비교하면 5000만 원가량이 줄었다. 지난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이 불거지면서 소액후원금이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주먹다짐’ 두 의원 1, 7위

지난해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금한 의원은 3억2487만 원을 거둬들인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었다. 2009년 모금액 순위가 173위에 그쳤던 강 의원이 지난해 각종 ‘사건’에도 불구하고 수직 상승한 것이다.

강 의원은 지난해 9월 정기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12월 예산안 파동 때는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강 의원과 주먹다짐을 벌인 김 의원은 3억555만 원의 후원금을 거둬 전체 의원 중 7위를 기록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강 의원이 지난해 12월 집중적으로 많은 후원금을 모금했다”며 “강 의원에게 소명서를 받아 고의적으로 한도를 넘겼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금 한도 초과에 대해 고의성이 드러나면 경고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강 의원 측은 “광주 지역 30, 40대 직장인들이 적극 후원해줬다”며 “정권 차원에서 강 의원이 탄압받고 있다는 지역 여론이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반면 강 의원과 함께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한나라당 유정현(1억1894만 원·199위) 권경석(5761만 원·262위) 조진형(480만 원·297위), 민주당 최규식(8092만 원·241위), 자유선진당 이명수(1억3427만 원·176위) 의원 등은 모두 하위권이었다.

○ 대선주자 모금 1위 박근혜, 소액후원 타격받은 민노당

대선주자로는 유일하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만이 모금 한도액을 넘겼다. 박 전 대표는 3억2031만 원을 거둬 전체 의원 중 2위를 차지했다. 박 전 대표는 박태준 전 국무총리와 신영균 한나라당 고문 등에게서 500만 원을 받는 등 모두 23명에게 300만 원이 넘는 고액 후원금을 받았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2억115만 원을 모아 99위, 같은 당 정세균 최고위원(1억4785만 원)이 162위였다. 지난해 2조2207억 원의 재산이 증가한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5934만 원을 모금해 258위였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6683만 원을 거둬 251위에 그쳤다.

2009년 당시 전체 의원 중 2위였던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지난해 35위로, 3위였던 같은 당 홍희덕 의원은 206위로 떨어졌다. 민노당 강기갑, 이정희 의원도 2009년 각각 7, 9위에서 지난해 142위, 95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청목회 사건으로 ‘후원금 쪼개기’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소액 후원금이 많은 민주노동당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당별 모금액에서도 한나라당은 2009년에 비해 24.4%, 민주당은 12.5% 늘었으나 민노당은 13.5% 줄었다.

○ 사라지지 않는 ‘보험성 후원금’

국회 상임위 관련 기업이 소속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는 관행은 여전했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허천 의원은 K고속의 대표이사와 상무, 전무에게 각각 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같은 상임위 소속인 한나라당 백성운 이학재 정진섭 조원진 의원 등도 운수회사나 건설사에서 고액 후원금을 받았다.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이종걸 조배숙 의원은 S파이낸스 회장에게서 각각 500만 원씩을 후원받았다.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D증권 대표이사에게 500만 원을 받았다.

대기업에서는 SK텔레콤 손길승 명예회장이 한나라당 여상규 최구식, 민주당 강봉균 의원 등에게 500만 원씩을 후원했다.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대한항공 지창훈 사장에게서, 신지호 의원은 이헌조 전 LG전자 회장으로부터 500만 원씩을 받았고 윤상현 의원도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사촌동생인 허용수 GS 사업지원팀장에게 500만 원을 후원받았다.

의원들의 ‘공천 입김’ 아래 있는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후원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부산 연제구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은 이위준 연제구청장을 포함해 연제구의회 의장과 구의원 3명 등에게 각각 500만 원을 후원받았다. 같은 당 이한구 의원도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 구의원에게서 500만 원을 받았다.

연간 300만 원 초과 기부자는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한 현행 정치자금법을 어기고 ‘익명 기부’하는 사례도 많았다. 특히 이들 중 절반가량이 직업란에 직장인이나 회사원, 자영업이라고 적어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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