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권 만행 고발, 이렇게 숨어서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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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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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조준사격 경고후 첫 對北전단 살포현장 가보니…

《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31일 오전 5시경 경기 김포시 월곶면 갈산리 달맞이휴게소 광장.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와 회원 5명이 대북 전단(삐라) 20만 장과 대형 비닐풍선 10개를 실은 트럭을 타고 나타났다. 1999년 탈북한 박 대표는 2000년 6·15공동선언에 따라 정부가 대북 심리전을 중단하자 2003년부터 북한의 독재를 비판하고 남한 소식을 담은 전단을 북한에 뿌려왔다. 당초 이들은 천안함 폭침 1년을 맞아 지난달 25일 북한 장산곶과 마주보이는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들어가 전단을 살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해5도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고 백령도 주민들이 반발함에 따라 일단 연기한 뒤 이날 전단을 날려 보내기 위해 다시 모였다. 》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31일 오전 경기 김포시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북 전단 20만 장과 동영상이 담긴 USB 메모리 등을 대형 풍선에 달아 북으로 날리고 있다. 김포=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31일 오전 경기 김포시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북 전단 20만 장과 동영상이 담긴 USB 메모리 등을 대형 풍선에 달아 북으로 날리고 있다. 김포=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광장 인근 고막리 문수산 입구에 도착한 박 대표 일행은 바람이 북한 쪽으로 불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회원들에게 각자 임무를 설명했다. 임무를 맡은 회원들은 트럭에서 1달러 지폐 1000장과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DVD 등이 들어 있는 전단 꾸러미를 매단 비닐풍선에 수소가스를 주입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박 대표는 “한번에 전단 20만 장 정도를 보내는데 대략 400만∼500만 원이 든다”며 “회원들도 형편이 어렵지만 3대 세습독재를 하는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이 일(전단 살포)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6시 10분경 동이 트자 회원들은 전단이 매달린 비닐풍선을 하나씩 하늘에 띄워 날리기 시작했다. 비를 맞아도 북한 주민들이 읽을 수 있도록 비닐 재질로 제작한 전단은 최근 중동 북아프리카 쪽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 소식을 담고 있다. 김정일의 차남인 김정철이 북한의 식량난을 외면하고 싱가포르에서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관람하며 호화 쇼핑을 즐겼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를 포격 도발한 사실도 명기했다.

마지막으로 한꺼번에 날려 보낸 5개의 비닐풍선에는 ‘천안함 폭침 주범 김정일’, ‘동포여 일어나라’ 등의 구호가 붙었다.

박 대표는 “북한이 전단 살포 장소를 조준 사격하겠다는 협박에 위축돼 남남갈등이 생기면 그들의 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미리 언론에 알리고 전단을 뿌리면 해당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기 때문에 장소와 시간을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오늘 전단을 살포했다”고 말했다.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 날아가는 비닐풍선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지키던 이들은 전단 살포를 마치 도둑이 물건 훔치듯 숨어서 해야 하는 남한의 현실을 개탄했다. 한 탈북자는 “전단 살포 현장에 찾아와 반대시위를 벌이는 진보단체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지시한 북한 김정일을 맹목적으로 감싸고 추종하는 하수인들”이라며 “무슨 권리로 독재와 굶주림에 신음하는 북한 2000만 동포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북한의 도발을 우려해 전단 살포를 막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우리가 북한에 전단을 날리는 것을 지지하지는 못할망정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김일성 생일(15일)을 앞두고 9∼15일 임진각에서 납북자가족모임, 어버이연합 등 20여 개 탈북자 및 보수단체와 함께 대북 규탄대회와 전단을 살포하는 행사를 열기로 했다. 박 대표는 “북한이 뭐라고 위협하더라도 풍향만 맞으면 언제든지 수시로 전단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김포=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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