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대표 강조한 北… 통일부 통제받는 南… 무늬만 민간인 회의?

  • Array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남북 ‘백두산 화산’ 전문가 첫 회의 열렸는데… 백두산 화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전문가회의에 참석한 남측 수석대표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오른쪽)와 북측 대표단장 윤영근 화산연구소 부소장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 남북 대표단은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으고 추가 협의를 하기로 했다. 문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남북 ‘백두산 화산’ 전문가 첫 회의 열렸는데… 백두산 화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전문가회의에 참석한 남측 수석대표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오른쪽)와 북측 대표단장 윤영근 화산연구소 부소장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 남북 대표단은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으고 추가 협의를 하기로 했다. 문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남북한은 29일 경기 파주시 문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열린 백두산 화산 전문가 회의에서 현지 공동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북한은 4월 초 북측 지역에서 2차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고, 남측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뜻을 밝혀 양측의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는 결국 남북이 상호 탐색전을 통해 백두산이라는 비(非)정치적 이슈에 대해 대화를 계속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 기묘한 방식의 남북 접촉


이번 남북 전문가 회의는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하듯 기묘한 장면을 연출했다. 북측 대표단은 사실상 민간 전문가를 가장한 당국자였고, 남측 대표단은 순수 민간인으로 구성됐음에도 정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북측 대표단장을 맡은 윤영근 화산연구소 부소장은 “지진국 부국장을 겸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북한이 25일 남측에 대표단 명단을 통보할 때엔 화산연구소 부소장 직함만 사용한 것과 달리 내각 기구인 지진국 부국장 직함을 가진 당국 대표임을 은근히 강조했다.

특히 북한 대표단에는 노동당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소속 ‘회담일꾼’도 포함됐다. 대표단 3명 중 조선지진화산협의회 위원으로 소개된 주광일은 지난해 2월 개성에서 열린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논의하는 당국 간 실무회담에 나왔던 조평통 서기국 책임부원으로 확인됐다.

북한으로선 김일성 주석의 항일혁명투쟁 현장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가가 있는 혁명성지인 백두산을 남북 간 회의 의제로 꺼낸 만큼 이를 당국 간 회담으로 격상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는 게 회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남측 대표단은 순수 민간 전문가답지 않게 극도로 신중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유인창 경북대 교수는 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내용 설명 없이 쫓기듯 질의응답을 마쳤고 다른 대표단도 말을 아꼈다. 통일부는 이날 회의 내용을 발설하는 사람은 앞으로 대표단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까지 통보하며 ‘입단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남북이 접점을 찾은 대목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계속된 회의에서 남측은 “공동연구에 앞서 사전 선행연구가 필요하다”며 백두산의 현재 상태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북측은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남측보다 공세적으로 나왔다. 전문가 학술토론회, 공동 현지조사 등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를 거론하며 “일본 지진으로 우리 지하수가 60cm 출렁거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되면 남북 양측은 지금까지 축적해온 연구 자료를 공유하고 함께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는 브리핑에서 “북측은 남측 과학자들이 전혀 접근할 수 없었던 지역의 훌륭한 자료들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북한이 내놓은 자료와 답변은 기대 수준에 못 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관심이 쏠리는 백두산 화산의 폭발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을 피했다. 이를 모니터링할 지진계 등 각종 관측 장비의 설치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2007년 12월 남북 간 보건의료·환경보호협력분과위 1차 회의가 열렸을 당시 남한에 지진계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이 기상장비 설치 등에 대한 구체적 요구사항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문산=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