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신년 좌담회]MB “과학벨트, 표 얻으려고…” 충청권 “제2 세종시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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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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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지선정 관련 발언 파장

2m 거리 마주 앉아 90분 동안…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1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90분 동안 진행된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정관용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가운데)와 한수진 SBS 앵커의 질문에 웃으며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m 거리 마주 앉아 90분 동안…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1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90분 동안 진행된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정관용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가운데)와 한수진 SBS 앵커의 질문에 웃으며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의 1일 신년 방송좌담회 발언 중 정치권과 지방에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입지 선정에 관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백지에서 출발하느냐’는 질문에 “똑같다. 법적으로 위원회가 새로 발족하니까 거기에서 잘할 것이다”라고 말해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선 공약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뉘앙스도 강하게 풍겼다. 이 대통령은 “선거(대선) 과정에서 혼선을 드린 것 같다. 거기(충청도)에 얽매여서 한 것이 아니고 공약집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충청도에 가서 표 얻으려고 내가 관심이 많았겠죠. 그러나 이것은 국가 백년대계니까 공정하게 과학자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야권과 충청권은 즉각 반발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논평에서 ‘공약집에 없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아 “국민 앞에서 뻔한 사실을 갖고 거짓말을 한 대통령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표를 좀 얻기 위해 말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고 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대통령의 배반과 배신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충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세종시에 이어 또다시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사실 과학벨트 조성은 이 대통령의 17대 대선 공약집 50쪽에 나와 있다. 여기에는 과학벨트를 충청도에 만들겠다고 명시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중부권을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이라는 소제목 아래 ‘행복도시(세종시)와 대덕연구단지, 오송·오창의 BT(생명공학기술)·IT(정보기술) 산업단지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충청도라는 말만 없지 사실상 충청도에 주겠다는 뜻이었다.

또 당의 권역별 공약집 ‘대전광역시·충청북도·충청남도’편 31쪽에도 ‘과학과 기업이 하나 되는 행정중심 충청남도’라는 제목으로 “행정복합도시의 기능과 자족능력을 갖추기 위해 과학벨트와 연계해 인구 50만 명의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차영 대변인도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충청권 도민들을 얕보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번 TV 좌담으로 제2의 세종시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우려된다. 충청인을 두 번 시험에 들게 하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재형 의원 등 충청권 민주당 의원 5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과학벨트 사수를 위한 전면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우 당내에 과학벨트 유치 지역을 둘러싼 이견이 있어선지 비난의 강도는 선진당보다 약했다.

여권은 진화에 진땀을 뺐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공약 백지화는 (방송좌담회에서 질문을 한) 정관용 교수가 한 멘트”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여러 지역의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대통령으로서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생각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의원은 “정치권의 과잉개입을 차단하려 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오히려 정치권에 불을 지핀 꼴이 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충청지역 당협위원장들은 설 연휴 이후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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