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나 덕 본다’?…北매체 ‘묘한’ 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6일 1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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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연평도를 무차별 포격한지 사흘만인 26일 북한 매체에 후계자 김정은을 절묘하게 연상시켜 이미지를 조작하는 듯한 기사가 실려 눈길을 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대남기구)의 인터넷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지방 식품공장들의 증산 성과를 선전한 '은이 난다, 덕을 본다'는 제목의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본문 요지는 '각 도에 설립된 현대적 종합식료공장들이 다양한 제품을 대량 생산, 공급해 주민들의 식생활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매일 나오는 '체제 선전성' 기사에 불과하다.

그런데 정작 눈길이 가는 대목은 언뜻 볼 때 '김정은이 나 덕을 본다' 또는 '김정은 덕을 본다' 식의 연상을 일으키는 제목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데는 'CNC화된 현대적 생산공정이 큰 은을 내도록 하고 있다'는 본문 구절도 한 몫을 한다. 북한에서 'CNC'가 김정은을 상징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가 편찬한 `조선말대사전'을 보면 '은'은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하나는 금속의 일종인 '은(銀)'을 뜻하고, 다른 하나는 '보람있는 값이나 결과'라는 의미의 순수 북한말이다.

하지만 이 기사의 제목처럼 '은이 난다' 또는 '은을 낸다'고 할 때 '은'은 '보람 있는 값이나 결과'라는 뜻으로만 쓰인다. 따라서 이 기사 제목을 그대로 해석하면 '보람있는 결과가 나 그 덕을 본다' 정도의 의미다.

문제는 말로 '은'을 발음할 때 구분이 어려워, 무의식적으로 '보람있는 결과'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연상이 잠재의식 속에서 김정은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음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북한은 과거 김일성-김정은 부자를 우상화할 때도 이런 '연상효과'에 매우 집착하는 행태를 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김일성 1912년, 김정일 1942년, 김정은 1982년' 식의 출생연도 끝자리 숫자 맞추기다.

원래 김정일 위원장은 1941년생, 김정은은 1983년생인데, '정통성 승계'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김일성 주석의 출생연도와 끝자리 숫자를 맞춰 대내외에 퍼뜨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9·28당대표자회 직후 일본 조총련(조선인총연합회)산하 조선통신사에, 김정은 이름의 한자 표기를 '金正恩'으로 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일본 교도통신이 10월1일 보도했다.

그 이전까지 김정은 이름의 '은'자는 '銀(은 은)'과 '恩(은혜 은)'을 혼용해 왔다.

중국의 국영매체들은 '恩'을 쓰다가 중앙통신의 통보 직전 '銀'으로 바꿨고, 중국 외무성은 줄곧 '銀'을 써 왔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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